[사설] 당국, 인천지하철 입찰 담합 정말 몰랐나

철면피들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다반사로 범하고 있는 입찰 담합행위가 파렴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으로 처벌받은 대형 건설사들이 같은 시기에 진행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입찰에서도 담합을 저질렀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2009년 1월 총 사업비 2조1천649억원 규모의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입찰에서 낙찰자를 사전에 정하는 방식으로 구간별 나눠 먹기식 담합을 한 21개 건설사에 1천3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낙찰 받은 15개사는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적발된 업체들은 삼성물산·GS건설·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SK건설 등 건설업계 ‘빅5’를 비롯해 상위 6개 업체가 모두 포함됐다. 같은 해 4월 발주된 4대강 사업에도 업계 상위 6개 건설사가 담합을 주도했다. 경쟁 질서를 우습게 여기는 탐욕적 악덕기업들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21개 업체는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발주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공구별로 미리 낙찰자를 정하고 다른 업체를 들러리로 세우는 방식으로 담합을 했다. 들러리로 참여한 업체는 낙찰자로 예정된 건설사보다 응찰가격을 비싸게 써내고 품질이 낮은 설계서를 제출, 낙찰자를 도왔다.

담합 구간은 전체 16개 공구 중 15개다. 대우건설·SK건설·GS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등은 서로 순서를 바꿔가며 들러리를 서주거나 낙찰 받았다. 조직적이다. 이 결과 입찰에는 공구별로 업체 2개씩만 참여했고 공구별 낙찰자가 겹치는 일 없이 골고루 사업을 나눠 가졌다. 평균 낙찰액도 예상 공사액의 97.56%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 다른 공사구간 낙찰액이 65%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공사를 발주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이를 간과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뻔한 일을 발주자가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담합정황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어느 경우든 무능 또는 직무태만이나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도시철도건설본부가 전동차를 너무 비싸게 구입했다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응찰자 담합으로 입찰 금액 경쟁을 하지 않았으니 발주처의 사업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시민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인천시는 담합 건설사에 대해 재정손실을 환수해야 한다. 아울러 상습 담합 업체는 응찰제한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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