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 후… 기업들 “해답 좀 찾아줘”

통상임금 해법찾기 ‘애타는 기업들’

명확한 지침 없어… 임금체계 개편 앞두고 혼란 가중

경기중기센터 설명회 1천여명 몰려… 방안 마련 부심

“직원들은 당장 이달부터 임금이 올라 가는 줄 알고 기대하고 있는데, 통상임금 범위가 모호해 노동부에 물어봐도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하니…. 답답한 마음에 설명회에 왔습니다.”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놓고 혼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관련 설명회를 찾아다니며 통상임금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지만, 정부의 통상임금 산정 지침이 아직 없는데다 통상임금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앞두고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시간당 급여가 올라 가고 이를 기준으로 한 초과근무 급여와 연차수당 등이 늘어난다. 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에 속하는 수당의 범위를 늘리려고 하지만 기업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으로 돌려 임금 상승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다.

기업의 애타는 심정을 반영하듯 15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1층 광교홀에서 경기중기센터 주최로 열린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대처방안 설명회’에는 1천여명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300~400명의 3배 가까운 인원으로 경기중기센터는 신청이 밀려들자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나눠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3시 김영미 노무사(더원 노무법인 대표)의 통상임금 설명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자료집에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하듯 열중했다. 김 노무사는 “통상임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이다.

이를 잘 반영해 종합적으로 임금체계를 설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장근로가 많은 제조업체는 특히 통상임금 부담이 클것”이라며 “단순히 급여규정 문구를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바꾸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장시간 근로를 바꾸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나 정년연장 등을 도입해 임금체계를 재설계하고, 각종 수당을 단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명회가 끝나자 유류비, 식비, 교통비, 영업활동비 등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모호한 부분에 대한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제조업체인 A사를 운영하는 정모 대표가 “검사수당을 매월 직원에 따라 차등을 둬 성과에 따라 분기별로 지급하는데 통상임금에 포함되는가”라고 묻자 김 노무사는 “고정적으로 주면 통상임금이지만, 전체 직원 중 잘하는 사람을 가려내서 지급하는 건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며 “다만 현장에서 ‘반장수당’은 직책수당과도 같아 통상임금이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방법으로 지급하느냐가 통상임금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성과금도 ‘얼마의 목표치를 달성하면 주겠다’고 사전고지를 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고지를 않고 성과금을 지급하면 통상임금이 아니다” 라고 설명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통상임금 상승 요인을 줄이기 위해 정기적, 일률적, 고정성의 3가지 기본 조건을 소멸시키는 꼼수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B기업은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교통비와 통신비 등의 고정 상여금을 비정기적이거나 금액을 차별화해 지급하는 방법을 고려해 근로자들과의 통상임금 기준을 놓고 마찰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김 노무사는 “대법원 판결은 결코 근로자에게만 유리하다고 볼 수 없지만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아직 없다보니 기업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는 법제화를 서둘러야 하며 기업과 노동계도 상생의 차원에서 해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현장의 혼란을 막고자 ‘노사 지도지침’을 다음 주 중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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