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뮤지션의 고단한 여정
코엔형제의 첫 음악영화 인사이드 르윈(원제 Inside Llewyn Davis)은 1961년 뉴욕의 한겨울, 허름한 지하 카페 ‘가스등’에서 노래하는 ‘르윈’의 모습으로 시작 된다. 주인공 ‘르윈’의 모델이 된 데이브 반 롱크(1936~2002)의 1963년 발표곡인 ‘Hang Me, Oh Hang Me’(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고백을 담은 비장한 노래)을 전곡 부르고 난후, 열광하는 객석을 향해 ‘포크송은 그 놈이 그 놈 같다’는 자조적인 멘트를 날린다.
포크에 미쳐서 밥벌이도 안 되는 ‘노래’를 직업으로 삼고 사는 ‘르윈’. 그에 춥고 고단한 7일 간의 여정을 영화는 담고 있다.
당시 자유분방한 청춘 남녀들이 모여드는 작고 허름한 카페가 포크송 가수들의 무대였다.
‘르윈’의 친구인 ‘짐(저스틴 팀버레이크)&진(캐리 멀리건)’과 복무 중인 ‘트로이’가 중창으로 부르는 ‘500 Miles’는 당시 이 곡을 히트시킨 ‘피터, 폴&메리’가 부르던 모습을 떠 올리며 촬영했다고 코엔 감독은 제작 노트에 밝히고 있다.
피트 시거, 프레드 네일, 밥 딜런 등 수많은 포크 뮤지션들이 불렀던 ‘Dink’s song(Fare Thee Well)’ 등 그 시대를 풍미하던 포크송이 스산한 겨울 나목처럼 춥고 시리게 코끝을 울리며 가슴으로 스며든다.
돈이 궁해 친구 ‘짐’이 만든 대중 취향의 포크송 ‘Please Mr.Kenndey(제발요 케네디 씨)’를 녹음하며 음악가로서의 자존심까지 타협해야 했던 ‘르윈’.
결국 가수의 길을 포기하고 궁여지책으로 배를 타보려 하지만, 그도 뜻대로 안 된다.
부모님을 위해 작곡했던 곡인 ‘청어 떼’를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아버지 앞에서 부르는 ‘르윈’. 노래가 시작되고 마칠 때까지 5분여를 감독은 단 한 번도 아버지와 아들을 한 화면에 담지 않는다. 감독은 집요하리만큼 두 인물을 단절시켜 따로 보여 주면서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 소통하지 못하는 예술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묘사한다.
음악을 모르는 아버지의 인생이 시체 같다고 생각했던 철없던 아들은 이제 병들어 시체처럼 앉아있는 아버지를 위해서 노래를 부른다. 어부였던 아버지를 위해 천만 마리 청어 떼를 잡는 노래를 선물한다.
르윈에게 ‘내면의 노래’를 불러 보라는 카페 사장 앞에서 르윈은 ‘Green Green Rocky Road’을 잔잔하게 부른다.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엄마처럼, 포크송을 위해 인생을 올인 한 한 남자가 뉴욕 허름한 카페에서 2014년 지금도 노래하고 있을 것처럼 감정이 이입된다.
‘인사이드 르윈’은 제6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며 2013년 뉴욕, 보스턴, LA 영화비평가협회상 최우수 음악상과 제71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자타공인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이자 할리우드에서 가장 창조적인 감독으로 평가 받는 코엔형제의 첫 음악영화이자 16번 째 장편영화다. 30년째 영화를 만들고 있는 코엔형제는 무려 아카데미 8회 수상, 칸영화제 6회 수상 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50년, 60년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오직 포크송에 생을 걸었던 포크뮤지션들에 대한 코엔형제의 깊은 애정이 음악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곽은주 객원기자 cinee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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