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마디가 있듯이 물같이 흐르는 세월의 매듭을 짓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민선5기 자치단체장으로서 보낸 날들을 잠시 뒤돌아봅니다. 기쁨과 슬픔, 회한과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의정부시는 지난 2013년에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깊은 도시로 시 승격 50년을 맞이했습니다. 전통과 역사가 깊은 자치단체의시장으로서 책임감도 무거웠습니다. 모든 선출직이 모두 다 그러하듯이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것을 보지 말고…
지휘했던 일에 대한 갈채를 갈망하고 이왕이면 전진 그리고 아름다운 변화가 함께 담보됐으면 하는 바람이 누구라서 없겠습니까! 그래서 죽어나는 직위가 시청 홍보과입니다. 시장 자신과 측근들은 시장이 한 일이나 성과에 비해 홍보가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아쉬워합니다.
홍보는 나중 이야기이고 실정이나 좋지 않은 기사가 언론에 나오면 죽일 놈이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사실이 아니거나 악의적인 기사로 게재 되면 이건 정말 낭패가 되는 것이죠.
얼마 전 필자에게도 또한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시장에게 늘 하는 지역 현안과 일상 업무보고 내부 문건이 유출되어 모 방송에서 <공무원의 줄서기 충성보고> 로 연일 보도되어 난감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선관위가 조사하여 담당 직원은 단순경고, 필자는 무혐의로 결말을 지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속앓이는 그야말로 부글부글이었습니다. 공무원의>
시장에게 보고되는 내부문건이 외부로 유출되어 사단이 되었으니 문건을 유출한 간첩(?) 을 반드시 찾아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어났습니다. 한때는 그럴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곧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장의 지위 또는 리더의 지위에서는 명백히 이길 수 있거나 밝혀 문초할 수 있을진대 덕스럽지 못할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차제에 많은 분이 익히 알고 있는 중국고사 “절영지연”을 떠올려 봅니다.
중국 춘추시대 장왕(莊王)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장왕(莊王)이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와 신하들과 연회 자리에서 애첩으로 하여금 신하들에게 돌아가며 술을 따르게 합니다. 술자리를 돌며 술을 따르던 중 갑자기 돌풍이 불어 등불이 모두 꺼집니다. 그 어수선한 틈을 타 누군가 그녀를 희롱하자 애첩은 그의 갓끈을 잡아 끊어버렸다지요. “촛불이 꺼진 틈에 나에게 무례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있으나, 소첩은 그자의 갓끈을 뜯었습니다. 촛불만 켜시면 누군지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장왕(莊王)이 엄명을 내립니다. “여기 연회에 온 자는 지금 당장 갓끈을 잡아떼어라.” 모두가 갓끈을 끊은 덕에 연회는 불이 밝혀진 후에도 무사히 마무리됩니다.
그 후 초나라가 진나라에 공격을 당해 장왕(莊王)의 위태로움에 목숨을 아끼지 않고 선봉에서 큰 공을 세운 자가 있어 묻습니다. “과인은 너를 그렇게 아낀 일이 없는데 무슨 연유이냐?”
대답인즉 “왕께서 저를 살려주셨습니다. 절영(絶纓)의 모임에 갓끈을 뜯긴 자가 저입니다.”
새해엔 시민 섬기는 공무원이 되길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갓끈을 뜯긴 장수일 수도, 갓끈을 쥔 애첩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올해는 의정부시는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은 그런 상황에서도 진정한 지도자가 있어 부여잡고 있는 갓끈을 모두 내려놓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필자 또한 모든 직원이 모인 2013년 종무식에서 이 절영지연의 고사를 이야기하고 과거를 보지 말고 다가올 새해에는 똘똘 뭉쳐 시민을 섬기는 공무원이 되어달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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