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색소폰은 금관악기인가?

얼마 전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참관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도하는 선생님이 악기들을 설명하다가 플루트를 금관악기라고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닌가? 이후에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니 심지어 음악 전공자들 중에서도 플루트를 금관악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아니, 플루트가 그럼 목관악기란 말인가? 금속으로 만들어졌는데?”라고 반문할 독자들이 계실 것 같다. 하지만 플루트는 금속으로 만들어졌어도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금관악기는 트럼펫, 트럼본, 호른, 투바 등 금색의 번쩍이는 금속으로 돼 있는 악기라고 어느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면 색소폰은 어떠할까? 색소폰도 번쩍이는 금속으로 돼 있으니 금관악기가 아닐까? 그러나 색소폰도 금속으로 돼 있어도 플루트처럼 목관악기로 구분된다. 너무 불합리한 구분법인 것 같다. 도대체 기준이 무엇일까?

과거에는 플루트를 나무로 제작했다. 지금도 흑단 같은 목재로 제조된 플루트가 가끔 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금속으로 된 플루트가 등장했고 오늘날엔 거의 금속이 사용된다. 원래 나무였으니 지금 금속이어도 목관악기로 구분하는 것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일이다.

문제는 색소폰이다. 19세기에 창안된 색소폰은 처음부터 금속의 몸통을 갖고 있었다. 목재로 색소폰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구분은 재료에 따른 것이 아니란 말인가?

쉽게 말하자면 그 구분법은 소리를 내기 위한 진동방식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목관악기는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처럼 리드(reed·혀)가 최초 진동체가 되어 관 속에 가두어 놓은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거나 플루트처럼 취구에 바람을 불어넣어 마찰을 일르켜 관의 공기를 진동시키는 악기를 일컫는다. 리드를 사용하는 색소폰은 몸체가 금속으로 돼 있다 해도 목관악기인 것이다.

금관악기는 모두 연주자의 입술을 떠는 것이 최초 진동체가 되어 관 속에 가두어 놓은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내는 악기들을 뜻한다. 오늘날 사용되는 모든 금관악기가 금속으로 돼 있으니 헷갈릴 일이 없지만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입술 진동을 사용하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들이 있었다.

주로 교회에서 사용되던 코르네토(cornetto 또는 cornett)와 서펜트(serpent)이다. 오늘날에는 생소하지만 코르네토는 바흐의 교회음악에도 사용되었고 서펜트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서도 등장했던 악기다. 이들은 나무로 돼 있어도 이론적으로 금관악기에 속한다.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으면 현악기와 함께 여러가지 금관과 목관악기 앙상블을 들을 수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작곡가들은 지금까지 여러가지 다른 종류의 악기들을 상징이나 회화적 묘사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각 악기들이 원래 사용되던 기능과 관련된 것이다.

트럼펫은 원래 군대나 의장대의 악기였으니 전쟁을 상징하거나 왕의 권위 등을 묘사하기 위해 팀파니나 스내어드럼 같은 타악기와 어우러져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호른은 원래 사냥의 시그널 악기였으니 숲이나 들판의 풍경을 그려주기도 한다.

트럼본은 오래 전부터 교회 성가대와 함께 사용된 악기였으니 때때로 종교적이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비현실 세계를 묘사하기도 한다. 플루트와 오보에는 목가적 정경을 잘 나타내주며, 코믹한 장면에서는 중저음에서 코맹맹이 소리를 내주는 바순이야말로 약방의 감초다.

독자들께서 어린 자녀들에게 이러한 악기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시면 참 멋진 아빠, 엄마가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을 공연장에 데려가시면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시는 더욱 멋진 부모님이 될 것 같다.

양승열 지휘자ㆍ미주리주립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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