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시대의 원로에 대한 존중

올해는 갑오년 말띠의 해이다. 우리 민족도 한때 말을 타고 중원까지 활동하던 시기도 있었다. 이 시대, 우리 민족의 중흥을 마음에 그리며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는 한 가지를 꺼내 보려한다.

우선 ‘맹자’에 나오는 구절을 소개한다. 개혁 사상가인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려 하고 하자(BC312년) 당대 유명한 인물인 손우곤이 맹자에게 말한다. “한 지식인이 명예와 업적을 중시한다는 것은 백성을 구제하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명예와 업적을 가벼이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 한 몸이라도 세속에 더렵혀지지 않도록 지키기 위함입니다.

맹자께서는 제나라의 삼경(三卿)을 맡은 한 분으로서 그 명예와 업적이 위로는 군주를 보좌하는 데에 미쳐야 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구제하는 데에 미쳐야 하는 입장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사명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제나라를 떠나려고 하십니다.

정치인들 명예ㆍ권리 욕심 버리고

당신은 항상 인(仁)을 부르짖고 계십니다. 그런데 인자(仁者)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 것입니까?” 당대 큰 학파의 수장이며 맹자보다 윗세대의 인물인 손우곤이 제나라의 제선왕(齊宣王)과의 불화로 제나라를 떠나려 하는 맹자에게 한말이다.

이에 맹자가 이렇게 답한다.

“인자(仁者)라 할지라도 실제로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는 때에 따라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군자는 단지 이 인(仁)을 지향할 뿐입니다. 어찌 꼭 같은 길을 가야만 하겠습니까?” 이렇게 맹자는 제나라를 떠나려 하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맹자는 제나라를 떠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맹자는 진실로 제나라를 인의(仁義)의 나라로 만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애증(愛憎)의 갈등이 맹자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본인의 뜻과 사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진정 맹자는 어찌 해야 할 것인가? 동양사상사에 있어 위대한 영웅들의 삶의 한 단면이다. 사실 공자도 사랑하는 노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놓였었다. 맹자도 공자가 그랬던 것처럼 제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의 마음 안과 마음 밖의 현실이 조화롭지 않을 때, 또 그 시대가 우리의 마음과 다르게 흘러갈 때 우리는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정치적 상황은 국민의 마음과 하나 되지 못해 국민의 마음이 외롭고 답답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마치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려고 했던 것처럼 우리 국민의 마음이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꾸 떠나려 하고 있다. 이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깊이 존중하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방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정조대왕께서 모든 백성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 지난한 노력을 기울이셨듯이 우리 경기도에서 정치의 뜻을 펼치고 싶은 모든 정치인들은 이 시대에 맞게, 진정으로 국민을 자기 자신과 똑같이 그렇게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기를 바란다. 제선왕이 맹자를 진심을 다해 존중하였다면 맹자는 제나라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부민강국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결국 제나라를 떠난다. 그 이후 제나라는 어찌 되었을까?

국민 존중해야 마음 얻을 수 있어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이 세계는 인연법을 따르게 되어 있다. 이 인연의 도리는 자연스럽고 연기적이어서 억지가 없다고 하겠다.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정치인은 곧바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신임을 얻게 되는 이치이다. 자신의 명예와 권리에 대한 욕심으로 정치에 임하지 말고 스스로와 똑 같이 모든 국민의 행복을 위하는, 그 존중의 마음을 일으켜야 훌륭한 정치인이 되고 국민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6월 지자체 선거에서는 정조대왕의 위민정신을 계승하는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서 국민 모두가 골고루 행복한 경기도가 되기를 합장하고 기원한다.

인해 스님ㆍ용주사 문화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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