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은 트리플 악셀이지만 실제로는 세 바퀴 반을 회전하는 점프다. 남자 선수들에게는 표준이 되는 평이한 기술이다. 하지만 여자 선수에게는 성공은 물론 시도 자체가 어려운 최고 난이도다. 세계 피겨 역사상 트리플 악셀을 공식 대회에서 한 번 이상 성공한 여자 선수는 5명이다. 이토 미도리(일본), 토냐 하딩(미국), 루드밀라 넬리디나(러시아), 나카노 유카리(일본), 그리고 아사다 마오다. ▶이중에도 마오의 기술은 압도적이다. 다른 선수들의 기록은 어쩌다 한번 시도해 성공한 경험이다. 하지만 마오는 거의 매 경기 시도했고 여러 차례 성공했다. 은메달을 차지했던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도 쇼트 프로그램에서 1번, 프리 스케이팅에서 2번을 해냈다. 이때의 기록-한 대회 3회 연속 성공-은 기네스북에 세계 기록으
로 인정받았다. ▶문제는 10%도 안 되는 성공률이다. 마오는 이번 시즌(2013~2014년) 11번의 대회에서 이 기술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를 고집했고 결국 소치에서 사달이 났다.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던 중 크게 엉덩방아를 쪘다. 순간 경기장을 메웠던 일본 관중들이 탄식을 쏟아냈다. 4년 노력이 또다시 좌절되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최악의 경기로 16위를 마크한 그가 힘없이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다. ▶최근 10여년간 세계 여자 피겨계는 ‘김연아 대 아사다 마오’라는 대결구도를 이어왔다. 하필 같은 해(1990년) 태어났고, 하필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둘을 운명적 라이벌로 만들었다. 결과는 일방적이고 냉정하다. 김연아는 올림픽을 제패한 피겨 여왕으로,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를 넘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으로 끝났다. 그리고 경쟁의 한 축인 김연아가 오늘 은퇴하면서 둘의 대결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트리플 악셀이 남긴 마오의 불행이다. 주니어 시절 이후 비장의 무기라며 배우기 시작한 트리플 악셀이 그를 영원한 패배자로 만들었다.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 피겨계의 살아 있는 전설 미셸 콴, 그리고 세계 신기록 보유자 김연아. 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록된 이 3명에겐 공통점이 있다. 여자에게 불가능한 트리플 악셀은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연(實演) 가능한 기술을 완벽히 익혀 구사했다. ‘마오의 실패학’이 남긴 교훈이다. ‘꿈은 이뤄진다. 단 그 꿈의 크기는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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