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받는 1천년된 양평 ‘상자포리 마애여래 입상’

행정당국 무관심 속 갈수록 마모 심각… 대책 시급

“몇 년 전만 해도 뚜렷했는데, 이젠 한참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조만간에 그냥 밋밋한 바위로 전락할 것 같습니다”

24일 오후 양평군과 여주시 접경지역인 개군면 상자포리 파사산 서북쪽 장고개 중턱.

이곳을 찾은 L씨(57)는 깎아 지를듯한 병풍처럼 서있는 높이 5.5m 바위에 음각(陰刻) 형태로 새겨진 마애불 ‘상자포리 마애여래입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71호)을 올려다 보며 안타까워 했다.

가족과 함께 온 P씨(68)도 “1천년이 넘은 소중한 문화재가 너무 소홀하게 관리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1천년 전 고려 초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포리 마애여래입상이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갈수록 마모돼 대책이 시급하다.

마애불 머리 윗부분 두개의 동심원과 이목구비가 수려한 사각형 얼굴, 왼손 등을 비롯해 다리 부분은 가까이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아예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음각된 평면이 닳고 있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깨까지 늘어진 넉넉한 귀에 은은하게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지만, 날씨가 조금만 흐려도 그 윤곽을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양평쪽에선 오르는 길도 없어 여주쪽인 천서리를 통해 1시간 남짓 산을 타야 하는데다, 안내판도 설치되지 않아 이곳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래서 파사산 아래 마을 주민들도 60대 이상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이 마애불에 대해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입상 주위로는 페트병과 쓰레기들이 널려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향토사학자인 이복재 양동농협 조합장은 “조상들은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거대 암벽 중 해가 제일 잘 들고 가장 늦게 어두워지는 자리를 골라 부처를 새겼다”며 “상자포리 마애여래입상은 전국적으로도 많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만큼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강웅 군 박물관팀장은 “주위에서 고려시대 기와조각들이 발굴된 점을 감안하면 마애불 주위로 제법 규모가 큰 사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기도와 긴밀하게 협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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