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천 논란, 결국 지방선거 뇌관되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에 큼직한 변수가 생겼다.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던 3자 대결 구도가 양자 대결로 급변했다. 넉넉히 앞서갈 것이라고 여겨지던 새누리당이나 필패의 우울함이 가득하던 야권이 동시에 요동치고 있다. 2일 오전 발표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창당 합의는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공동 발표문을 통해 통합의 정신을 설명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실현이라는 민생중심주의 노선”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 대선 불법 진상규명과 한반도 평화 구축도 천명했다. 창당될 신당의 이념적 방향과 기본정신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통합의 핵심은 지방선거 무공천이다. 양측의 통합 논의는 지난 28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무공천 계획을 세웠고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측이 동의를 표하면서 통합 논의가 급진전했다고 한다. 공동 발표문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께 약속한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로 시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한길-안철수 신당 창당 합의로 부활

‘밀실야합정치’ 대 ‘약속파기정치’ 시작

기초 선거 공천 폐지는 국민이 내린 명령이다. 모든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60%가 공천 폐지를 지지했다. 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30%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여론과 결과를 달리하는 조사는 어디에도 없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은 결국 이런 ‘국민 60%’에 대한 굴복이자 화답이다.

새누리당이 즉각 ‘구태 정치’ ‘야합 정치’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일응 맞는 말이다. 과거 정치사가 남겼던 정당통합의 구태가 이번에도 엿보인다. 하지만 공천 폐지 약속을 저버린 새누리당에게 비난의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통령 공약을 버린 새누리당이다. 근거도 없는 위헌 논란을 핑계 삼고, 일부 계층의 불이익을 확대 해석하며 공천 유지를 밀어붙였다.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야권에 대해서는 ‘자신 있으면 너희나 폐지하라’는 비웃음을 던진 게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런 오만함에 많은 여론이 실망했고 그 틈새를 비집고 야권 통합이 등장했다. 결국 그렇게 원하던 3자 대결을 복잡한 양자 대결로 만든 것이 새누리당 스스로다.

석 달 뒤 선거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이번 야권 통합이 야권이 기사회생하는 득이 될지, 유권자에게 외면당하는 실이 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공천 폐지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 불씨가 이번 선거를 ‘밀실 야합 정치’(야권) 대 ‘약속 파기 정치’(새누리당)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끌고 갈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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