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출판기념회 교훈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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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취소했다. “민주당이 어려운 때에 혁신안을 만들어 법안을 제출했는데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정신을 살려나가는 것이 좋다”고 취소이유를 밝혔다. 전남지사에 도전장을 낸 주승용 의원도 27일 출판기념회 취소를 밝혔다. 이밖에 강운태 광주시장, 송광운 광주 북구청장, 강진원 전남 강진군수 등도 출판기념회를 취소하거나 포기했다. 모처럼 아랫녘에서 불어오는 정치 훈풍이다. ▶출판 기념회로 인한 유권자의 피해는 짜증을 넘어 공포 수준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뛰어든 후보는 전국에 5만명 정도다. 이 가운데 60%, 즉 3만명 정도가 출판기념회를 열었거나 열 것으로 중앙선관위는 추정했다. 선거법상 개최가 가능한 3월 3일이 다가오면서 막판 ‘밀어내기식

출판기념회’는 더욱 극성이다. 돈 걷고, 조직 확인하고, 세도 과시하는 출판 기념회다보니 마다할 정치인이 없다. 출판기념회에서 거둬들인 돈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아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서 구입한 책 수십권을 병원에 쌓아두고 있다. 업무와 무관한 것이다. 환자들도 읽지 않는다. 버릴 수 없는, 쌓아놓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아는 사람이 출마하겠다고 연락하면 가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도 그래서 오는 것이다. 조직은 무슨 조직이냐. 참석자들을 보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라고 전한다. ▶전라도라는 특정 지역에 민주당이라는 특정 정당 이야기다. 자칫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수 있음에 우리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설혹 그렇게 비치더라도 칭찬할 일은 칭찬해야 한다. 결코, 쉬운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 당장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금전적 기대이익을 포기하는 결정이다. 본인들의 위세를 떨칠 합법적 기회를 포기하는 결정이다. 정치혁신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인 결정이다. 웅도(雄道) 경기도의 정치가 배워야 할 일이다. 적어도 출판기념회에 관한 한 그렇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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