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장오산’ 개관 18개월, 지역상권에 새바람
문화공장오산 맞은편 지역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투마트’라는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주변 상권이 활성화됐으나 이 마트가 폐점하면서 상권이 급속히 쇠퇴하며 슬럼화됐다.
이와 같은 지역이 문화공장오산이 개관하고 1년6개월이 지나면서 주변의 작은 변화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맞은편 슬럼지역에 서서히 상권이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개관 1년, 관람객 6만여명 유치
인구가 20만명에도 못 미치는 소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 속에 오산 시립미술관인 ‘문화공장오산’이 2012년 9월13일 문을 열었다. 문화공장오산이 시민들의 직접적인 이익과 편익과는 거리가 멀고 경기도 내에서 공공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시·군도 많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시도 2015년 6월께 공공미술관 개관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2~3년 간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가 늘어나고 문화공장오산이 개관하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3년 문화공장오산은 1층 체험장과 2·3·4층 전시관에서 10여건의 굵직한 기획전과 체험전을 진행해 6만여명의 관람객 유치에 성공했다. 지역예술가를 위한 기획전시도 열었다. 개관 1년 만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올린 것이다.
■특화된 어린이 체험교실 운영
미술관을 운영하는 오산문화재단(상임이사 강창일)은 오산시 평균연령이 33.2세로 경기도 내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는 특성을 살려 어린이 미술교육에 집중하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오산문화재단은 미술관 1층 236.65㎡에 체험교육실을 설치하고 특화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해 어린이와 부모를 미술관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재단은 2012년 9월~11월까지 못 말리는 놀이터 시리즈 1 이영란의 밀가루 체험놀이 ‘가루야 가루야’를 시작으로 시리즈 2 ‘모래랑 빛이랑’, 시리즈 3 ‘얘들아~ 미술관에서 놀자-뛰뛰빵빵’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난해 6월~8월에는 오물조물 딱딱 ‘흙 놀이’, 10월~12월은 ‘미술이 보인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오는 3월18일~5월18일까지 이주아의 씨앗과 함께 만나는 사계절 놀이터 ‘콩알콩알’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기금 유치 교육사업 병행
오산문화재단은 경기문화재단, 문화관광부 등의 지원사업 기금을 유치, 교육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교육사업으로 오산의 어린이들은 매주 주말 무료로 미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특별한 예술교육 혜택을 받고 있다.
또한, 혁신교육도시 오산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탐방학교 프로그램에 지난해부터 참여해 초등학생 현장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3천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았고 수업의 결과물들은 전시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미술관 Run & Learn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내 복지관, 시설의 어린이들이 작품감상 해설 서비스를 받고 있다.
오산문화재단은 이같은 어린이 프로그램과 함께 미술관 2~4층의 전시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기획전시에 오산시민들을 직접 참여시켰다.
개관전 ‘오산사람들’은 구성수, 오형근, 정연두 등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작가들과 700여명의 오산 시민들이 함께한 작품을 선보인 전시였다. 최근에 선보인 전시 ‘오산작업장’ 역시 시민참여로 이뤄진 전시다. 작가들은 미완의 작품을 선보이고 시민들은 작품을 완성해 가는 형식으로 전시가 종료돼야 작품이 완성된다.
오산문화재단은 지난해 10월 낙후된 지역을 문화예술 구역으로 변모시키고자 하는 기획의도로 미술관 맞은편(구 투마트 앞 상가) 에 105㎡ 규모의 ‘문화공장오산 창작스튜디오’를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창작스튜디오는 예술가들에게 개인작업과 지역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대중과 문화 예술적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작업 공간이다.
재단은 공모를 통해 심은혜(설치), 이도연(회화), 이성실(회화) 등 입주 작가를 선정했으며 현재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재단은 올해 창작스튜디오 상주 작가들과 오산시민, 오산어린이들이 함께하는 장·단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현재 희망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심은혜(로한) 작가의 ‘오산 속, 우리 속 이야기’는 성인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 ‘의식주’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작가는 의식주를 통해 개인의 고민과 이야기를 풀어내 텍스트,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과물을 끌어낸다.
이도연 작가의 ‘여행’은 6~7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개성과 창의력을 끌어낼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재단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오는 9월 1기 작가들의 개인전과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문화공장오산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진행과 창작스튜디오가 들어서면서 문화공장오산 주변 상권이 서서히 활성화되는 등 작은 변화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을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작가들과 기자, 국내·외 미술관계자들이 창작스튜디오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인근 지역도 활기를 되찾는 등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창작스튜디오 작가들은 직접 이 지역 식당 간판을 특색있는 디자인으로 바꿔 주면서 상인들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폐허가 된 옛 쇼핑센터 건물을 중심으로 양쪽에 초라한 식당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던 곳에 카페테리아, 돈가스전문점 등 젊은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식당들이 입점하면서 일부 업소는 점심 때에 자리가 없을 정도다.
건물이 노후화되고 아직은 빈 상가가 여럿 있지만 분명한 것은 미술관이라는 문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슬럼화된 지역이 서서히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산문화재단 강창일 상임이사는 “창작스튜디오가 창작공간이라는 고유한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활성화’라는 사회적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지역 예술가와의 교류를 통한 다양한 예술활동으로 오산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나아가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 상임이사는 “올해 100주년이 되는 전통시장 ‘오산 오색시장’ 주변 ‘싸전마당’ 주거환경 개선사업도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문화예술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산=강경구기자 kangk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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