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여성 근로자들이 잦은 성적 농담이나 신체 접촉에 시달린다

“회사 대표가 2년 전부터 예쁘다면서 기습적으로 포옹을 한다. 불편하다고 몇번 얘기했더니 오히려 역정을 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천지역 여성 근로자들이 잦은 성적 농담이나 신체 접촉에 시달리는 등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여성노동자회가 5일 발표한 지난해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실적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모두 73건으로 전체 상담 407건(재상담 포함) 중 17.9%를 차지했다.

성희롱 피해자는 사무직 종사자, 20~30대 여성 근로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근이나 회식 등이 많은 사무직, 이 중에서도 업무 숙련이나 관계 형성이 덜 된 젊은 여성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희롱 가해자는 사장이 37건, 상사가 20건으로 동료나 고객보다 직장 사장이나 상사에 의한 성희롱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장에 의한 성희롱은 강하게 대응하면 인사상 또는 근무상 불이익을 받거나 지속적인 고용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문제제기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영세사업장에서 성희롱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 상담건수가 45%(32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30~50인 사업장까지 합치면 80.2%(57건)까지 늘어난다.

45명 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무직 B씨(29·여)는 “사장이 얼굴을 만지는 일이 잦고, 근무 시간에 뒤에서 안거나 등을 쓰다듬어서 소름끼치게 싫다”며 “일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직장내 강자인 사장이나 상사가 성희롱할 경우 여성들은 문제제기하기 어렵다”며 “사업주도 반드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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