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문화가 있는 삶’, ‘문화 융성’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 에서 열망한 바 있는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는 나라’로의 이행을 목표로 하는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호뿐 아니라 정책과 예산, 제도의 영역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나의>
정부, 문화재정 2% 달성 허점 가득
지난해 정부편성예산은 342조원 규모였다. 이중 문화와 예술, 체육, 관광 분야 등 순수 문화재정은 얼마나 됐을까? 4조1천48억원으로 전체의 약 1.2%에 불과했다. 예술인들은 “밥 먹고 예술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제도적 지원을 촉구해왔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문화재정 2% 달성’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내보였다. 실제 올해 문화재정은 지난해보다 5.3% 증가한 5조3천억원으로 편성됐다.
문화재정 2% 시대. 말만 들어도 벅차오르지만 이 설레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26일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른 까닭이다.
첫째, 기재부는 문화부 예산 2%가 아닌 문화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문화 관련 예산ㆍ방통위의 방송 예산ㆍ문화재청 예산을 모두 합쳐 전체 재정의 2%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 달성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이전과 달리 기타 예산을 끼워 넣어 단순 합산해버렸다.
둘째, 정부의 ‘문화재정 2% 연차별 확보계획’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5.7%, 7.5%를 증액하고 오는 2016년과 2017년에는 매년 14.1%, 19.9% 증액한다는 허무맹랑한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 규모를 더하면 전체 예산 규모가 계속 확대되므로 2017년도 문화재정 2%에는 약 8조 원 가량의 예산 확보가 담보돼야 한다. 이렇게 임기 말에 부처의 예산이 거의 36%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편성이나 집행에 있어 굉장한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하며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셋째, 증액된 내년도 문화부 예산을 들여다보면 문화부 기금은 2조547억원으로 올해보다 1천700억원이 증액됐지만 일반회계 예산은 오히려 39억원이 감소했다. 일반회계예산은 정부가 사용처를 재량적으로 정해 집행하지만 기금예산은 관련 분야에 사용하도록 그 용도가 정해져 있다. 기계적으로 늘어나는 기금을 마치 재량적으로 늘린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근혜정부 첫 예산안인 ‘2014년도 예산안’은 공약ㆍ민생ㆍ지역ㆍ국민 무시 예산편성의 결과물로서 문화재정 2% 달성을 통한 문화 융성 시대라는 슬로건에도 허점이 가득하다. 나는 국정감사에서 유진룡 문화부 장관에게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문화부는 ‘경제ㆍ재정 여건 등의 변화를 감안해 연동계획으로 관리되는 만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화융성 시대의 꿈’ 멈춰서는 안돼
문화가 있는 삶, 여가가 있는 국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갈 문화 융성 시대. 그 꿈이 멈춰서는 안 된다.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나가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국회는 끊임없이 정부 계획을 뜯어보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국민이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관석 국회의원(민주ㆍ남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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