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성인무상심, 이백성심위심(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우주자연은 무한히 조화롭다. 하늘과 땅 사이의 세상도 그렇고 태양계도, 끝없이 광대한 우주세계도 그렇다.

불교에서는 일체 모든 것이 마음으로부터 나왔고 일체의 현상은 모두 그 마음의 그림자라고 한다. 조선 제일의 개혁 군주인 정조대왕의 개혁정책도 결국 모두 그 마음에서 나왔고 또한 그 마음의 그림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성인무상심 이백성심위심(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성인은 따로이 특별히 치우친 마음이 없다. 백성의 마음을 바로 성인의 마음으로 삼는다.

지도자의 좌우명 통해 정책ㆍ업적나와

역사에 남는 위대한 인물들은 대부분 훌륭한 좌우명을 지니고 있다. 정조대왕도 역시 노자의 도덕경 49편(聖人편)에 나오는 이 가르침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거처하는 3칸 방의 한쪽 편에 항상 이 좌우명을 써놓고 그 뜻을 다짐했다.

벽지를 새로 바르면 그 자리에 다시 좌우명을 써놓아서 그 부분이 항상 검게 비쳤다고 한다. 백성의 행복을 위한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해 ‘대동사회론’을 기본 철학적 바탕으로 삼았다. 신분과 경제적인 차별을 넘어서서 조화롭고 행복한 크게 하나 되는 세상을 이루자는 철학적 개념이다.

정조대왕은 자신의 내면속에 다음과 같은 주제로 스스로의 삶과 정치의 좌표로 삼았다. 우선은 입지(立志)이고, 둘째는 이치를 배우고 밝히는 일이고, 그 다음은 학문과 역사를 공경함이고, 하늘의 뜻을 본받고, 올바른 말을 수용하는 자세이다.

또한 학교를 일으켜 백성을 일깨우는 것이고, 인재를 잘 기용하며, 사치를 멀리하고 검소함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조의 마음에서 서얼허통을 이루고 노비제도를 혁파하며 불쌍하고 버려진 어린아이들을 국가가 보호해주고 책임지도록 하는 자휼전칙도 제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18세기의 실학사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개념이 있는데 바로 이 손상익하(損上益下)의 정신이다. 대동사회를 이루기 위해 손해는 윗사람들이 보고 이익은 아랫사람들이 누리게 하자는 것인데, 이 개념은 주역에 나오는 내용이다. ‘손상익하 민열무강(損上益下 民說無疆)’, 위를 덜어내어 아래에 보태우면 백성들이 끝없이 기뻐한다. 이 말은 바람이 거세면 우레가 되고, 우레가 치면 바람이 세게 부는 것처럼 서로 도우면 유익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 불교에서는, 약사여래불께서 상주하시는 세계를 유리광세계(瑠璃光世界)라고 한다. 이 세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고,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 밝게 빛나는 완전한 행복의 세계이다. 이 유리광세계를 괴로움이 많은 이 사바세계에서 이루고자 하는 수행을 예토성불(穢土成佛)의 수행이라고 한다.

정토성불(淨土成佛)은 깨끗한 부처님 세상에 나서 성불을 이루는 것이고, 예토성불은 어리석음과 괴로움이 많은 세계에서 부처님의 행복세계를 이룸을 말한다. 우선 마음세계에서부터 예토성불을 이루면 곧이어 그 모습이 현실로 한 가지씩 나타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번 우리 사회에 다가온 6월 지자체 선거에 임하는 모든 정치인들은 각자 스스로 모든 국민들의 행복, 모든 경기도민들의 행복을 위해 훌륭한 좌우명을 지니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발전속도 맞게 정치도 더 성숙되길

동양 성현들의 깊은 가르침을 내면으로부터 깊이 받아들이고 존중하여 스스로의 좌우명으로 삼고 실천했던 정조대왕이 있었기에 서얼 출신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등의 검서관들과 백동수 등이 이론과 실제, 그리고 문과 무를 두루 갖춰 우리 민족사에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한 지도자의 좌우명과 큰 결단에서 우리 문화를 풍요롭게 한 정책과 업적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정조대왕이 참으로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경제, 사회, 문화의 발전 속도에 맞게 우리의 정치도 더욱 더 성숙되고 발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해 스님ㆍ용주사 문화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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