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끝’ 울창했던 산림이 공동묘지로…

이상고온에 급속 확산… 수천그루 벌목 ‘비상’
재선충병 습격… 광주 야산 ‘잣나무 공동묘지’ 방불

“참나무 반, 잣나무 반 이었던 삼림이 소나무 재선충병 때문에 잣나무가 모두 죽어 민둥산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8일 오후 2시께 광주시 초월읍 학동리의 한 야산.

조용한 산골짜기 능선 사이로 시끄러운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20여m 높이에 이르는 잣나무 수십 그루가 금세 밑동만을 남긴 채 줄줄이 쓰러져 나갔다.

힘없이 쓰러진 나무는 이내 여러 조각으로 토막이 났고 남아있던 나무 밑동에는 약제 처리가 이뤄졌다.

이곳 야산에서 베인 잣나무만도 모두 1천여그루.

모두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려 고사한 나무로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으려고 광주지역산림조합에서 방제 작업을 벌인 것이다.

특히 잣나무가 베인 자리에는 모두 초록색 포대가 무덤 모양으로 덮여 ‘공동묘지’를 방불케 했다.

정재억 광주지역산림조합 지도협업과장은 “원래 이 산에는 잣나무와 참나무가 사이좋게 자라고 있었지만 소나무 재선충병 때문에 이제는 참나무밖에 남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이상고온 현상 등의 이유로 ‘소나무 에이즈’로 일컬어지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빠르게 확산되며 관계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크기 1㎜ 내외의 실 같은 모양의 ‘소나무 재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체의 몸 안에 서식하다가 하늘소가 새순을 갉아먹을 때 상처 부위를 통해 소나무류에 침입, 말라죽게 하는 병으로 현재 치료약조차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내에서 이 병에 걸린 소나무ㆍ잣나무가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로 지난 2011년에는 105그루였던 감염목(정밀검사 결과 재선충병 확진을 받은 나무)이 지난해에는 3천99그루로 30배 정도 증가했고 주변 피해목을 포함하면 모두 3만7천여 그루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고사한 나무에서 월동하는 북방수염하늘소는 기온이 20도를 넘으면 빠르게 성충으로 성장하고 활동을 시작하면 재선충 또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때문에 이상고온이 찾아온 올해에는 더욱 빠른 피해목 방제가 요구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 때문에 4월 말까지는 괜찮았던 재선충병이 빠르게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이번 달 20일까지 피해 나무를 모두 방제한다는 계획으로 재선충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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