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지키는 극한직업… 물샐틈 없는 긴장의 24시
하지만 이 소중한 전기를 위해 지하 5층 높이의 깜깜한 터널 속에서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행여나 생길 전기안전수급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전기 지킴이들이 있다.
바로 푸른 바다의 힘으로만 가동할 수 있는 ‘시화호 안산 조력 발전소’ 직원들이 그 주인공.
한정된 지구자원을 위한 대안으로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은 가운데,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과정을 직접 몸으로 체험코자 기자는 일일 점검기사로 분했다.
마침 지난 2011년부터 상업용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발전소 가동 3년째를 맞아 지난 4일 방조제 도로부터 지하 30m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4호기 발전기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시화호를 찾았다.
점검은 1년에 2~3대씩 나눠 3년을 주기로 10대의 수차발전기 모두를 점검한다. 수차발전기 1호기당 15일가량의 시간을 요구하는 대점검은 발전기 내부 곳곳에 기생하는 바다생물을 제거하는 육체적인 작업에서부터 발전기의 미세한 균형을 잡아주는 초정밀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으로 40명에 달하는 기술진이 투입되는 대대적인 통과의례.
마치 사람의 온몸을 구석구석 정밀하게 진단받는 건강검진처럼 발전기의 속살을 세세히 관찰해야 하는 막중한 미션을 띠고 기자는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오전 9시부터 일과를 시작했다.
이번 4호기 점검을 위해 시화호 안산조력발전소 측은 지난 1일 수차발전기 내부에 담겨 있던 6천여t의 바닷물을 모두 빼내고서 다시 바닷물이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6개로 이뤄진 ‘스톱로그’를 설치, 점검의 첫 시작인 물을 막는 작업을 이미 마무리했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점검과 일상적인 작업은 지하에서 이뤄진다는 점 외에도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도 있어 잠시라도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조력발전소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중앙제어실’에 들어서자 내부 한 벽면에 설치된 초대형 모니터에 현재 해수 위와 호수 위, 발전량, 음력날짜, 시간 등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이곳에서는 시화호 주변에서 가동되고 있는 조력발전소의 발전기와 수문과 풍력발전기, 배수갑문 등의 발전설비 가동과 설비의 운영실태 등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든 기능은 전산화돼 있으며 만일 고장이 발생할 때 긴급조치를 통해 빠른 시간 내 설비가 정상적으로 재가동 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근무자들이 24시간 긴장해야만 하는 공간이다.
이날 1차 발전은 새벽 3시50분에 시작됐으며 모든 시설의 정상가동 여부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확인한 뒤 2인 1조의 근무자들과 함께 발전소 중앙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이용 수차발전기 가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지하 2층으로 이동했다.
이 시각에 도착한 보조설비실은 유압 및 냉각수 설비와 제어부분을 담당하는 Governor와 변압기 등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지정된 장소로 이동이 제한된 공간.
이곳에서는 발전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기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기름이 흘러나오는 곳은 없는지 등 윤활유 설비 곳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또한 냉각장치는 제대로 가동이 되는지 제어기에 특이한 변화는 없는지 등 각 기기의 계기판에 나타난 수치를 확인하고 돌아보면서 꼼꼼히 들여다보고 섬세하게 관찰해야 했다. 특히 보조실에 도착하자 수차발전기를 통해 바닷물이 시화호로 유입되면서 엄청난 굉음에 더욱 귀를 쫑긋 세우고 상급자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고압표시 곳곳에, 일반인 접근금지 구역 들어서자 절로 힘 들어가
발전을 통해 생산된 1만200Kw의 전기를 15만4천Kw로 전환(승압)해 땅속 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설비실 벽면 곳곳에는 붉은색으로 쓰인 ‘특별고압’ 안내판이 붙어 있어 주변기기를 점검하는 내내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었을 뿐 아니라 “평소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만일 사고가 발생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동행한 근무자의 말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했으며, 그로 인해 더욱 긴장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김종득 조력발전소 운영팀장은 “이런 점검은 하루 두 번 발전을 할 때 마다 상시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발생해서 한다기보다는 조그마한 문제로 인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점에서 사전에 철두철미하게 근무자들이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루 4번 밀물과 썰물 때 작동되는 수문을 점검하고자 지상 5층가량 높이에 설치된 수문조절 장치를 점검하고자 계단을 따라 오르는 길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올라야 하는 부담감과 지하 바닥이 모두 드러나도록 설계된 계단은 무슨 이유인지 난간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된 지하 4층.
무게 800t 규모의 수차발전기에 윤활유를 공급하는 설비와 전기방식, Wicket Gate 조작설비 등의 기기에 접근 누유 및 누수 발생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으나 날마다 철저하게 점검한 탓에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하 4층 발전실에서 실시 될 대점검 작업실로 접근하고자 지하 5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차발전기실로 들어가기 전 미리 준비된 작업복과 장화로 갈아신은 뒤 안전모까지 착용한 뒤에야 특별히 설치된 사다리 두 개를 지나 사람 한 명만 통과할 수 있는 발전기 밑에 설치된 원형 입구를 통해 높이 20m 규모의 수차발전실에 도착했다.
발전기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사람을 압도하는 크기의 수차(프로펠러 형태의 날개).
바닷물의 수위가 시화호보다 높을 때 수차발전기에 설치된 수문 16개를 모두 열어 바닷물이 통과하면 수압으로 인해 수차가 돌아가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핵심 시설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수차발전실에 바닷물이 지나고 머물면서 따개비와 홍합, 굴, 미역줄기 등 바다생물이 벽면과 발전기에 기생하면서 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기기의 움직임을 둔화시켜 효율을 떨어트리고 있어 이를 제거하고 발전기의 소모품을 교체하는 등의 시간이 총 15일이나 소요된다고.
◇고층의 임시 작업로 엉금엉금…부식 안 되게 세심한 손길 필요
손에 장갑을 끼고 삽을 들고 발전기 내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따개비와 홍합, 굴 등을 제거하는 일을 작업자들과 함께 시작했지만 단단하게 들러붙어 있는 바다생물을 제거하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시작 몇 초 만에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릴 뿐 아니라 시야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지하에서의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특히 수차발전기 표면에 붙어 있는 바다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작업로를 통해 높은 곳까지 접근하는 데는 긴장감이 따르고 작업도중 발전기 표면의 페인트가 손상되면 부식이 빨라짐에 따라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또한,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자 발전실 입구 벽면 17m 높이로 설치된 ‘열교환판’에 붙어 있는 바다생물 청소작업을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앞으로 14일 동안에 걸쳐 실시 될 대점검은 발전기 부품의 누전(절연저항) 점검과 정밀한 진단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무게 800t가량의 수차 회전부분의 틈새(3mm 간격)을 지탱하는 배어링을 200t의 유압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점검도 남아 있다.
이와함께 바닷물에 의해 수차가 부식되거나 침식 됐는지 수차를 지지하고 있는 구조물 점검, 수차축정렬 및 패킹(V-SEAL)류 교체 작업, 냉각설비를 점검, 윤활유 등 오일류와 브레이크 점검 등을 모두 마친 뒤 물을 다시 담기전(충수)에 수차발전기 최종시험을 시행하고 물막이 수문을 철거해 최종운전시험을 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가 없어야만 발전기 1기의 점검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쉬위변화와 설비 가동 정지, 고장발생 감시 및 긴급조치사항 처리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인 전기를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물샐틈 없는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체험을 마친 후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았다. 달큰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극한의 직업에 도전하는 그들의 땀방울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 긴 하루였다.
안산=구재원기자 kjwoon@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