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물발자국(Water Foot print)은 생산자나 소비자가 직·간접적으로 사용한 물의 총량을 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커피 한잔에 들어 있는 물의 양은 대략 200 내외겠지만, 내가 커피 한잔을 마실 때까지 커피의 재배·운송·가공에는 많은 물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런던대 앨런교수는 커피 한잔에는 140의 물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생존에 가장 중요한 물질 물 부족해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1짜리 물병 140개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커피를 마실 때 그 향을 음미하기 보다는 엄숙한 느낌이 든다. 인간의 소비가 물을 얼마나 낭비하고, 환경에 해를 끼치고 있는지 실감난다. 이것을 가상수(假象水Virtual Water)라고 한다. 가상수는 소비할 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생산의 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양이다.
그러면 100g짜리 두부 한모에는 과연 어느 정도나 물이 사용되었을까? 우선 원료인 콩 재배과정에서 1천427, 생산과정에서 공정수에 21.6, 포장과정에서는 충진수 0.033, 폴리에틸렌 0.01, 폴리프로필렌 0.001가 사용되어 총 물발자국은 1천448가 된다. 곡식의 경우 쌀 1t은 190만7천, 옥수수 1t은 114만8천, 밀 1t은 105만5천의 가상수가 사용되었다.
물발자국은 국가별로도 산출가능하고, 이것은 내부 물발자국과 외부 물발자국으로 구분된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물의 20%는 외국에서 온 것이고, 또 대부분이 중국 양쯔강물이다” 이 말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수입 초과국이고, 수입 제품은 대부분 중국제이기 때문에 가상수 역시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과 함께 가상수 순수입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지구 표면은 70%가 물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약 97.5%가 바닷물이고, 나머지 2.5%가 담수다. 더욱이 담수 중 1.76%는 만년설이나 빙하이고, 0.76%는 지하수다. 인간이 주로 사용하는 강과 호수의 담수는 0.0067%에 불과하다. 물이 그만큼 희귀한 자원이라는 의미다.
여기에다가 세계 기상기후가 2010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2%인 8억8천400여만 명이 안전한 음용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오염된 물로 인한 사망률이 무력충돌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다고 한다.
물은 인류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지만, 지구상의 물은 그 양이 한정되어 있고 부족하다. 오늘 날 내가 무심히 흘린 한 방울의 물, 혹은 낭비한 물건들 때문에 누군가 타는 목마름을 겪을 수도 있다. 이것을 각성시켜주는 지표가 물발자국이다.
우리도 ‘물발자국’ 도입 검토할 때
이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폴, 홍콩 등은 제품의 물소비효율을 나타내는 라벨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 등급라벨을 붙인 것처럼 소비자들이 제품의 친환경성을 비교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10년 물발자국 인증에 ‘ISO 14046’을 부여하고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물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용은 국제 규범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정책과 입법수준에서 물발자국의 도입을 검토할 때가 왔다고 본다.
홍일표 국회의원(새누리ㆍ인천남갑)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