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용주사 교양대학에서는 매월 인문학 기행을 떠난다. 2014년 첫 기행은 ‘금강과 신동엽’을 주제로 부여 신동엽문학관, 공주 공산성 그리고 금강유적지를 다녀왔다. 신동엽 시인(1930~1969)은 백제문화의 산실에서 태어난 민족시인으로, 한국 현대시사(現代詩史)에 의미있게 기록돼 있다.

신동엽은 백제 문화에 대한 경험적 체득을 통해 동양철학적 사유를 지녔고 특히 ‘동학사상’을 사유의 근본 축으로 삼았다. 그의 대표작 ‘껍데기는 가라’(「52인 시집」, 1967),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시집 「금강」 제 9장, 1967)라는 작품에는 강한 민족의식이 들어 있다.

신동엽과 백제문화 인문학 기행

‘껍데기는 가라 /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 (중략)’

그리고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에서는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중략)’

불교에서는 중생업으로 나타나는 일체의 현상은 실다운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의 주인공은 ‘진여불성’이라는 참마음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무상한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본래의 실상 주인공을 찾고 그 주인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 참 주인공을 찾는 것을 구도 수행이라고 한다.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의 잘못되고 부조화한 현상을 극복하고 모두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본래의 행복한 마음, 본래의 행복한 세상을 이루어야 한다고 신동엽의 시를 불교적 관점에서 심도있게 해석해 일행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신동엽 마음속에 있는 시대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외침을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신동엽문학관을 나와 공주의 공산성을 둘러보고 산성의 가장 높은 건물인 광복루에서 동행한 불자들과 함께 우리 민족문화의 계승과 발전, 그리고 21세기의 새로운 상호존중과 조화의 문화르네상스를 기원하고 발원하였다. 성을 둘러보며 백제문화의 특장점을 알려주고 같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백제문화의 특징은 한마디로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ㆍ검이불루 화이불치’는 것이다. 이 말은 본래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나오는 내용으로 온조왕 15년(기원전 4)조에, “새로 궁궐을 지었는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고 한 것이 면면이 백제 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으로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신동엽은 대서사시 ‘금강(1967)’을 발표했다. 금강 집필을 위해 동학의 유적지인 호남을 여러 번 답사하고 설악산과 속리산 등을 찾아가 유적을 추적했다. 그의 ‘금강’은 과거의 동학혁명의 이야기를 현재의 위치에서 다시 쓰면서 우리 민족의 조화로운 평화공동체의 미래를 꿈꾸었다.

그리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로 묶여진 새로운 역사의 청사진을 그리고자 했다. 병고 중에서도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온몸으로 처절하게 민족서사시를 집필해 그것을 우리에게 내어 놓았다.

우리 민족, 평화공동체 미래 제시

우리 열린 인문학 기행단은 신동엽과 동학과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해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 그 마음으로 공산성으로 다가오는 대 금강의 물줄기의 기운을 받으며 만세 삼창을 했다. 백제문화의 무한 계승을 위해, 남북통일과 한민족의 무한 발전을 위해, 21세기의 동양 삼국과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 일행은 마지막 일정으로 우금치 고개에 있는 동학 혁명군 위령탑을 어렵게 찾아 참배했다. 숙연한 분위기로 귀한 향을 피우고 분향하는데 하늘에선 상생의 뜻이 깃든 봄비가 참으로 처연하게 내리고 있었다.

 

인해 스님 용주사 문화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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