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들 우정 삼킨 바다
자신만 구사일생… 12명 수장
기운 배에서 동료 탈출 실패
“제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나이 더 먹기 전에 다 같이 좋은데 가재서 보채고 보채 떠난 여행인데….”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의 생존자 이중재씨(60·인천 중구)는 목에 보호대를 하는 등 온몸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직 찾지 못한 12명의 친구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17일 인하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이 씨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아직도 혼란스럽고 믿기지 않는다”며 어렵게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천 용유초등학교 28회 졸업생(남자 8명, 여자 9명)은 어느덧 자식들 장가 보낼 나이가 됐지만, 남다른 우애를 자랑하며 한달간 준비를 거쳐 회갑 기념 여행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16일 아침 28인용 객실에서 다 같이 일어나 식사를 마친 후 몇몇은 소화가 안 된다며 4층으로 올라가고 몇몇은 커피를 마시러 잠시 헤어진 이후 여행은 계속되지 못했다.
이씨는 “정확한 시간은 기억 안 나지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배가 갑자기 기우뚱하면서 선반에 있던 가방이 한쪽으로 순식간에 쏠렸다”며 “다들 너무 놀라 우리끼리 쓰나미라고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집기며 냉장고며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말도 아니었다”며 “승무원이 구명조끼를 주기에 아동용이었지만 가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 억지로 입었다”고 말했다.
‘구조선이 곧 올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수차례의 안내방송과 승무원의 안내가 이뤄진 후에도 배가 점점 기울면서 이씨는 수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손잡이를 잡고 복도로 나왔다.
사람들은 4층으로 오르려고 애를 썼지만, 날아다니는 집기와 급격한 기울기 때문에 실패하고 대부분 구조만을 기다린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이씨는 그렇게 몇 분을 더 기다리다 창문 밖으로 한 친구가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소방호스를 부여잡고 밖으로 나와 구조될 수 있었다.
이씨는 “탈출하는 과정에서 매점 부스 등에 온몸이 부딪혀 타박상과 열상을 입었다”며 “내가 산 기쁨보다 물속에 두고 온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며, 제발 살아서 다시 만나기만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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