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잡 멘토’… 구인ㆍ구직 ‘희망의 다리’가 되어
특히 최근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자들이 잇따라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우는 등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역시 최근 일자리센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일자리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일자리센터는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설립되면서 매년 7만명 이상을 취업에 연계시키는 등 일자리 복지 실현에 톡톡한 성과를 내고 있다.
경기일자리센터에는 12명의 직업상담사가 배치돼 연간 60만건의 직업 알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지난 8일 수원역에 설치된 경기일자리센터 상담소에서 일일 직업상담사로써 상담사로서의 어려움을 체험하는 한편 취업자 연계활동을 시도했다.
■경기일자리센터 직업상담사 교육
수원역 상담실은 지난 2012년 7월3일 개소한 이래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면서 취업 연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는 5명의 직업상담사가 배치, 이틀 단위로 맞교대로 근무하면서 일자리 매칭 업무를 소화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수원역 상담실을 처음 방문한 기자는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사들에게 일단 상담사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지식에 대한 교육을 받게됐다.
이곳 직업상담사들은 모두 직업상담사 2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로, 이미 수년간의 직업 상담 경력을 통해 베테랑다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 일자리가 없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는 구직자들이 부담없이 이곳에서 직업 상담 또는 알선을 받을 수 있도록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는 상담소를 직접 방문하는 구직자 외에도 전화를 통해 구직을 희망자들에 대한 접수도 이뤄지고 있었으며,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일자리 구인구직 웹싸이트 ‘워크넷’에 올려진 정보들을 토대로 조건에 부합하는 구직자와 구인업체를 알선하는 일이 주로 이뤄졌다.
‘안녕하세요. 일일 일자리상담사 정진욱입니다. 편안히 앉으세요’, ‘일자리를 찾아오셨습니까’, ‘선생님은 구직등록이 되어있으십니까’, ‘말씀드린 정보는 어떠십니까? 면접에 응해보시겠다면 업체와 연결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등으로 구성된 방문상담 매뉴얼은 직업을 찾기 위해 방문한 구직자들에게 바른 정보 전달과 구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사항 등을 자세히 전달할 수 있도록 제작돼있었다.
먼저 방문상담 매뉴얼을 익힌 이후 전화상담 매뉴얼까지 이어서 교육이 이뤄졌다.
이후에는 워크넷 프로그램을 통해 알선 업무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에 들어가기 전 경기도청 담당 공무원의 귀뜸이 전해졌다.
“지난해 말에 당시 경기도 경제투자실장이던 분도 이 곳에 일일직업상담체험을 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직접 하시려다보니 프로그램이 복잡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보조역할을 하고 가셨습니다. 기자님은 젊은 분이니까 그래도 더 나으실거에요.”
이전까지 막연히 생각했던 일자리 매칭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단순히 구직자와 구인회사를 연결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어서 그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프로그램 교육에 들어가니 다양한 직업군과 직종, 자격증 보유 현황, 나이, 지역 등 취업희망자들의 정보가 워낙 세분화돼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쉽지 않았다.
심지어 프로그램상에 어느 메뉴를 클릭해야 취업희망자들이 원하는 기업을 소개할 수 있는지 조차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일단 프로그램에 기자의 정보를 입력해봤다. 대학생 시절 취업을 하고자 워크넷에 취업정보를 올렸던 기업이 떠올라서였다.
입력을 하자 지난 2007년에 입력했던 당시 이력서가 나타나면서 반가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 정보를 가지고 맞는 일자리와 연결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괜히 직업상담사 자격증 시험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기본교육을 마친 뒤 현장에 배치됐다.
처음 시작한 일은 인력을 원하는 업체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었다.
업체별로 고유번호가 부여돼 있어 원하는 직종이라든가 연령대, 학력 수준이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에 구인이 접수된 업체는 수원시의 한 보안업체로 이곳에서는 전자기기기능사 자격을 갖춘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이에 부합하는 조건을 프로그램에 대입하자 이 조건에 맞는 구직 희망자들의 정보가 나왔다.
개인정보에 민감한 시기인만큼 구직에 필요한 정보만이 취업상담사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학력, 희망연봉, 거주지, 원하는 직종 등 다양한 세부별 평가에서 매칭비율이 기업의 조건과 부합되는 순서대로 정보가 제공됐다.
그 다음에는 제공되는 정보를 이용해 해당 취업희망자들에게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먼저 경기일자리센터임을 알린 뒤 구직 여부를 확인하고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희망자에게 기업의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실제 취업희망자들과의 연결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직원들의 이야기로는 경기일자리센터의 전화 발신번호가 경기도 행정전화번호 국번인 8008로 시작되기 때문에 스팸전화로 오인돼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연결을 시도한 끝에 한 구직희망자와 통화가 연결됐다.
그는 의왕에 거주하는 30대 초반의 여성 기혼 구직희망자로, 업체가 원하는 조건과 상당히 일치했다.
먼저 취업 여부를 확인한 뒤 업체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업체의 위치와 하게되는 업무, 연봉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뒤 본인의 면접 희망여부를 확인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취업희망자가 궁금해하는 일일이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숙지해야 했다.
10여분간의 통화끝에 취업희망자로부터 면접을 해보겠다는 대답을 듣게 됐다.
이후에는 시스템 상으로 기업의 채용담당자, 연락처 등에 대한 정보를 취업희망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제공했고 업체에는 면접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팩스로 전달, 양측이 면접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일일직업상담사가 돼 처음으로 취업 희망자와 업체를 연결한 것이어서 부디 좋은 회사와 그에 맞는 좋은 근로자가 되길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오후 들어서는 방문 상담자를 대하는 업무를 하게 되면서 이곳을 방문한 65세 어르신을 접견하게 됐다.
남성인 이 분은 군포에 거주하시는 분으로 연세에 맞춰 아파트 경비직에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이곳을 방문하셨다.
이미 수차례 이곳을 통해 일자리를 구해 본 적이 있다고 하신 할아버지는 오히려 오늘 첫 상담사 역할을 하게된 기자보다 더 능숙했다.
기자가 요청하기도 전에 이미 신분증을 제출하시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없냐고 물어보시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 워크넷 프로그램에는 취업희망자의 이전 경력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어르신이 거주하고 있는 인근지역에는 취업할 만한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당황스러웠다. 기자가 우물쭈물하자 능숙하신 이 어르신은 “좀 더 배우고 하셔야 할 것 같다”라면서 옆자리에 있는 상담사로 자리를 옮기셨다.
난감한 상태에 빠졌지만 옆자리에 있던 직업상담사의 유연한 대처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방문상담에 어려움을 느낀 기자는 이후 오전에 했던 전화연결 업무로 다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고 수차례 구인업체와 취업희망자들의 전화 연결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날의 일일취업상담사 업무를 마쳤다.
이날 일일취업상담사로서 느낀 것은 아무리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일자리를 원하는 취업희망자들은 여전히 많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치권이나 정부 또는 기업에서도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몇만개씩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정책보다는 취업희망자들이 안정된 환경속에서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발굴해낼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정진욱기자 panic8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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