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경기도문화의전당 ‘명인을 꿈꾸다‘ 지휘자 박상후

“다양한 색을 융합할 수 있는 지휘자 되는게 꿈”

“국내 메이저 악단인 경기도립국악단을 지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꿈만 같습니다. 단 한번의 기회이지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겠습니다.”

국악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경기도문화의전당의 기획공연 ‘명인을 꿈꾸다’에서 지휘자로 당당히 무대에 서게 된 박상후씨(31). ‘명인을 꿈꾸다’에서 지휘자를 선정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진행된 오디션에서 국악관현악 ‘아리랑’을 멋지게 지휘해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지난 9일부터는 경기도국악당에서 조광석 경기도립국악단 부지휘자와 첫 상견례를 갖고 국악관현악 협주곡 ‘공간이동’을 연습하고 있다.

그의 경력에 비해 나이가 어린 편이다.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지휘전공 1기생인 그는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민간 예술단인 중앙 국악관현악단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해왔다. 입단 당시 최연소 지휘자였다. 국립극장 레퍼토리 공연 ‘단테의 신곡’과 극단 미추 30주년 기념 마당놀이를 지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번 무대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더욱 많은 경험을 통해 원숙한 지휘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박씨가 국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다. 동대전초등학교 4학년 때 농악부에 가입한 게 그 시작이다.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는 ‘사물놀이의 대가’ 김덕수가 기획한 1천명의 사물놀이 퍼포먼스에도 참가했다. 그때 시작한 것이 꽹과리다.

“꽹과리는 농악에서는 선두에서 진의 형태를 만들고 장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농악은 시골에서 흥을 돋우기도 했지만 전시에는 군악의 역할도 했는데, 그렇게 보면 군악대장이라고 볼 수 있죠. 그때부터 지휘자의 꿈을 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시절도 사물놀이부에서 3년 내내 부장을 맡을 정도로 열심이었던 그는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했다. 전공 악기는 피리였다. 줄곧 타악만 배워온 그에게 다른 악기를 익히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동급생과의 실력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습만이 답이라고 생각한 그는 교실에서 탈진해 쓰러질 정도로 훈련을 거듭한 끝에 3학년 때부터는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체득한 때였다.

대학 2학년때 1년간 다녀온 중국 국립중앙음악원 연수과정은 박씨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는 “3~5세에 음악을 시작해 전문 영재교육을 받은 수재 중의 수재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수준이 우리와는 천양지차였다”며 “스스로의 음악관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게 됐고, 더욱 정진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도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이다. 그는 “국악 발전을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며 “전통국악 뿐 아니라 서양의 오케스트라,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군에서 다양한 색을 융합할 수 있는 지휘자가 되는게 꿈이고, 국악계가 가야 할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휘자 박상후를 비롯한 전통 국악계의 미래를 짊어질 신예들의 무대 ‘명인을 꿈꾸다’는 오는 16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국악당 흥겨운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석 2만원. 문의 (031)289-6471~3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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