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이환위리(以患爲利)의 과제와 노력

중용에 보면 사람을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하는 것이 나온다. 원래 날 때부터 모든 것을 알고 태어나는 천재 같은 사람(생이지지, 生而知之), 나중에 배워서 아는 사람(학이지지, 學而知之), 배워서는 모르고 굳이 고생을 해봐야 아는 사람(곤이지지, 困而知之)이 있다. 생이지지는 공자와 같은 현자들에게나 해당하니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고, 대부분 사람들은 학이지지나 곤이지지 같이 배우고 경험을 통해 진리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전대미문의 엄청난 일들을 보며 필자는 우리가 혹시 고생을 하고도 깨닫지 못하는 네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다른 사람 탓할 것 없이 나부터 그동안 간과했거나 소홀히 해왔던 업무는 없는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우리 청에서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경영과 관련해 앞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세 가지 과제를 확인하게 됐다.

첫 번째가 산업재해다. 통계를 보니 작년도 기준으로 연간 약 92천 명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천여 명의 사람들이 산재 사고로 생명을 잃고, 산재로 인한 피해액이 작년에만 19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산재는 대부분 10인 미만의 소기업에서 일어났다.

재해 유형별로도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끼이거나, 떨어지는 사고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조금만 더 관심을 두면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산업재해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문제이고, 업무 영역도 노동부 소관이라고 소홀히 해온 측면이 있다.

따지고 보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장을 만드는 일은 근로자에 대한 투자이자 기업의 생산성과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마침 지난주 열린 중소기업 주간행사에서도 통상적인 행사 대신 전국 업종별 중소기업 대표와 근로자가 참석한 가운데 산업재해 예방 및 중소기업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앞으로 우리 청에서도 이 같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환경관련 법률의 대응이다. 내년이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 관리법 두 개의 환경관련 법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률들이 시행되면 일정 유해 화학물질을 수입하거나 제조 판매하는 사람은 등록하고 일정한 절차와 방법으로 관리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절차별로 다양하고 많은 규제사항이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법규에 대한 정보와 사전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법규가 시행되어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바로 직면하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준비하는 것을 돕고자 환경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관리다. 경기도 내에는 5인 이상 제조업체가 전국의 약 38%인 4만6천 개가 있으며 이들 기업은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지난주 우리 청은 에너지관리공단 경기본부와 MOU를 맺고, 매년 2천toe이하 (대형마트 한 개의 에너지 소비 수준) 에너지를 소비하는 관내 기업에 대해 약 9억 원을 들여 무료로 에너지관리 진단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관리 진단에 드는 비용도 전액 지원받을 수 있지만, 진단 후 필요한 대체 시설을 설치할 때 드는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의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어려움에 처해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각자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그친다면 단순히 곤이지지에 그칠 것이다. 곤이지지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학이지지가 되어 안정적인 사회경영을 추구할 것인가는 우리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그리고 우리 청에서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기회로 삼도록 견마지로를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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