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서로를 승리자로 만들어보자

“아빠는 나를 좋아합니다. 말 잘 들을 때만…. 엄마는 나를 사랑합니다. 기분 좋을 때만…. 엄마 아빠는 나를 예뻐합니다. 남이 볼 때만….” 이 침울한 고백은 KOBACO(공익광고협의회)의 최근 TV광고 문구다. 이처럼 조건적인 사랑은 가장 친밀해야 할 관계 속에서도 오히려 불신만 키우는 핵심 원인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가정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도 나타난다. 이 경우 ‘사랑’은 ‘신뢰’라는 단어로 바꿀 수가 있다.

서로에 대하여 굳은 신뢰를 갖지 못하면, 상대방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자신의 귀에는 부당한 시비나 도전으로 인식되고, 상대방이 유화적인 반응을 보인다 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가 없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헐뜯지 말고

예를 들어, 국민들이 사회지도층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각종 특혜시비, 음모론, 계층갈등 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고, 정권이 국민을 신뢰하지 못하면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권력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최근 우리사회도 매우 심각한 상호불신과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각계각층이 대외 및 대내적으로 심각한 분쟁에 휘말려 있고, 특히 사회지도층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과연 이 답답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성경은 상호불신과 갈등을 해결하는 첫 단계로서 자신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할 것을 가르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 5:44). 즉 각자가 자신의 입장과 이익을 과감히 넘어서서 상대방의 성공과 유익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되는 첫걸음이다.

오늘(64)은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열리는 날이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라는 법조계의 격언처럼, ‘국민은 투표로 말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권은 국민들의 가장 강력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강력한 권리에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라 붙는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뽑은 지도자들을 최대한 신뢰하고 격려해주는 것이다.

비판을 하더라도 ‘예의를 갖춘, 건설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이상) 자신이 반대했던 후보가 당선되었다 할지라도, 사사건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비판하거나 헐뜯지 말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해당 지도자에게 최대한 협조해주어야 한다. 당파와 이념을 넘어, 선출된 지도자들이 잘했을 때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고, 잘못했을 때에는 감정적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선출된 지도자들에게도 무거운 책임이 생긴다. 그들은 자신이 더 이상 특정 당파와 이념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비판하거나 거부했던 사람들까지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 배타적인 호의를 베풀거나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은 이미 ‘선출직’ 지도자가 될 자격을 잃은 것이다.

선출된 지도자 신뢰하고 격려해야

그러므로 오늘 지방선거가 끝나면, 지금까지 열심히 뛴 낙선 후보자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당선자들에게는 당파와 이념을 떠나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자. 그리고 당선자들이 지역주민들을 위하여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칭찬하고 협조해주자.

당선자들은 자신의 공약뿐만 아니라 자신을 반대했던 지역주민들의 생각과 마음도 꼼꼼하게 헤아려 보며, 모든 지역주민들을 함께 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갖도록 부단히 노력하자.

오늘의 지방선거를 통하여,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이 해소되고, 국민들은 지도자들을,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위대한 승리자로 만드는 행복한 꿈이 싹트기를 기도해본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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