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성모 마리아 (AVE MARIA)

성모 마리아는 세상을 구원하시는 메시아를 낳으신 어머니로서 순명과 사랑으로 한 생을 하느님께 바치신 분이시기에 가톨릭교회에서는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공경의 예(禮)를 드린다. 이런 마리아의 공경을 개신교(Protestant)에서는 우상숭배로 규정하고 가톨릭교회를 ‘마리아의 교회’라고 일컬으며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모습으로 한국천주교회가 발전되어 왔다.

한국에 있는 성당들을 보면 대부분의 성당입구에 성모상(聖母像)이 모셔져 있다. 오래된 성당이나 설립된 지 얼마 안 되는 성당 모두에 똑같은 성모상이 세워져 있다. 그래서 성당 앞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 눈에 비춰진 가톨릭교회의 모습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예수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의 모습인 것이다. 원래 성당은 로마의 베드로와 바오로성당처럼 순교자의 무덤위에 세워져 왔고 설립된 성당에서는 묻혀진 순교자를 공경하는 신심의 일환으로 성당입구에 순교성인의 성상을 세워 놓았고 성당이름을 그 성인의 이름으로 봉헌 해 왔었다. 그러나 점점 신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많은 성당들이 무덤 위가 아닌 광장이나 교통이 좋은 곳에 설립했고 순교자들의 유해를 따로 모시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진 박해 속에 순교자들의 무덤은 산속 깊이 숨겨져 있고 그런 곳들은 성지로 개발이 됐다. 성당은 신자들의 모임이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에 세워졌고 점점 도시화되면서 교통이 좋은 곳이나 도시계획상 종교부지에 성당을 건립하게 되었다. 성당이 세워지면서 성당의 주보(主保)성인을 모시지만 외국처럼 성당입구에 주보성상은 따로 세우지 않고 성모상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이는 역사적으로 한국 최초의 사제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한국교회를 성모님께 봉헌한 것에 기인할 수 있겠지만 한국인들의 종교 심성 안에는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스한 하느님의 사랑을 어머니의 사랑과 동일시하면서 성모 어머니의 보호하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한국 신자들로 하여금 성모신심이 발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성모신심의 일환으로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교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래서 가톨릭신자하면 외적인 표시로 대표되는 것이 묵주(珠)이고 올림픽의 영웅 김연아 선수를 통해 묵주반지가 널리 매스컴을 타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만 특이하게도 주보성인의 성상이 아닌 성모상을 성당입구에 세우고 공경하게 되어 ‘마리아의 교회’라고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이다. 한국천주교 역시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그리스도교인 것이다. 가톨릭신자들은 마리아를 믿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가녀린 처녀의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며 세상에 낳아 주신 성모님을 공경하며 우리도 그분의 신앙을 모범으로 삼아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할 때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하고 중재의 역할을 부탁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마치 손주가 아버지께 애원하면서 할머니께 도움을 청하는 인간적인 사랑과 간절함이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성당마다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 것은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교회만의 특별한 모습이며, 이는 어쩌면 모진 고난 속에서 자식들을 품으며 키워낸 한국의 어머니들의 애원이 서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많은 어머니들은 성모상 앞에 기도하며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자식 때문에 겪어낸 고통과 피눈물을 생각하며 우리의 가정과 자녀들을 위해서 주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모님은 우리 어머니들의 어머니요, 우리의 어머니로 사랑받는 것이다.

“사랑하올 성모 마리아님! 세월호 참사로 아파하는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여 주소서”

 

/송영오 신부ㆍ천주교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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