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가지가 야당이 이겼어야 했던 요소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시장 군수는 17대 13으로 겨우 과반을 넘겼다. 도의회 역시 78 대 50으로 약간의 균형추를 무너뜨리는데 그쳤다. 경기지사 선거는 아예 졌다. 어느 전문가도 이번 선거를 야당의 승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심 싹쓸이를 기대했던 야당 스스로의 충격은 더 컸다. ‘절반의 승리’라며 자위하는 미소 뒤로 ‘참패’의 그늘이 역력하다.
그 중심에 ‘노인 표’가 있다. 이번의 전체 유권자는 4천129만6천228명이다. 4년 전 3천885만1천159명보다 244만5천069명(6.3%) 늘었다. 주목할 것은 50대 이상 증가와 30대 이하 감소다. 50대 이상은 1천709만명으로 4년 전보다 285만명 늘었다. 전체 유권자 대비 36.7%에서 41.4%로 높아진 셈이다. 반면 30대 이하는 1천590만명에서 1천524만명으로 66만명 줄었다. 40.9%에 달하던 유권자 구성비가 36.9%로 낮아졌다.
‘노인 표’의 ‘+4.7%’와 ‘젊은 표’의 ‘-4%’가 이번 선거의 답이었다. 개표가 팽팽했고 곳곳에서 접전이 벌어졌다. 다음날 정오까지도 최종 승부를 알 수 없었던 곳도 있다. 그런 곳의 승부 대부분이 1% 내외에서 결정됐다. 그 1% 승부에서 야당이 졌다면 그건 ‘노인 표’에 진 것이다. ‘노인 표’와 ‘젊은 표’의 간극인 ‘± 8.7%’가 승부를 결정한 것이다. ‘0.8%’의 경기지사 선거가 그렇고, 0.4%의 안양시장 선거가 그렇다.
더 무서운 건 응집력이다. ‘노인 표’가 직접 선거판을 누볐다. 세월호로 정국이 요동치자 ‘천재지변일 뿐’이라며 막아섰다. 시청 앞 집회의 촛불이 늘어나자 ‘불순 세력 물러가라’며 맞섰다. 박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자 ‘함께 울지 않으면 백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응집력이 그대로 투표장으로 옮겨졌다. ‘노인 표’가 정치의 중심임을 그들 스스로 눈치 챈 때문이다. 돌아보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부터였다.
대선 하루 뒤인 2012년 12월20일. 필자는 ‘실버 보트(Silver Vote)-진보 위기’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린 인구비의 역전이다. 이 역전이 그대로 유권자 구성비로 넘어갔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심각히 챙겨야 할 교훈이 바로 여기 있다. 75.8%의 투표율은 앞으로 나오기 어려운 투표율이다. 그런데도 5060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대 간 대결을 담보 삼는 이념 대결이 무용지물이 됐다…어쩌면 이번 18대 대선이 앞으로 십수년간 이어질 장년층 지배 선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그때의 졸고(拙稿) 속 예언이 맞았다. 진보는 또다시 ‘노인 표’에 무릎을 꿇었다. 중앙 권력 견제도, 젊은 유권자의 참여도, 세월호 참사의 책임도 다 소용없었다. 늘어난 수(數)와 신들린듯한 응집력으로 무장한 ‘노인 표’에 모든 걸 지배당했다. 선거는 그렇게 끝났고, 이제 필자는 그때 했던 충고를, 그때보다 강해진 확신으로 진보에 전하려 한다. 세대 간 대결은 끝났다!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 ‘노인 표’가 중심됐음을 인정하라!
숨 막혔던 2014년 6월4일의 개표. 그마저도 이 시대 진보가 보여준 마지막 선전(善戰)이었을 수 있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한국 진보, ‘노인 표’에 백기 들라!]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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