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엔 무슨무슨 ‘영웅’이 많다. ‘영웅’은 슈퍼맨처럼 용감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주로 붙이는 수식어다. 북한에서의 영웅은 그동안 ‘육탄영웅’이나 ‘자폭영웅’ 등 군인들 속에서 많이 배출됐다.
최근엔 ‘모성영웅’이 등장했다. 자녀를 10명이나 출산한 다산모(多産母)에게 붙여진 칭호다. 실제 평안북도 천마군 서고리에 사는 박금옥씨(44)는 지난달 26일 10번째 아이를 순산했다. 박씨는 2012년 11월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 참가, 9남매를 낳아 키운 공로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아 그때부터 모성영웅으로 불리며 사회적 우대를 받았다.
특히 1990년대 중후반 들이닥친 심각한 경제난으로 영유아를 비롯해 수백만의 주민이 굶어 죽으면서 인구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노동력과 군 병력 유지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북한은 모성영웅 제도까지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아이를 많이 낳는 여성에겐 강력한 인센티브라도 줘서 출산율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5명에 그쳐 분석 대상 224개국 중 219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1.98명으로 129위였다. 합계출산율 1위는 아프리카 니제르로 6.89명에 달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엔 꼴찌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粗)출생률도 8.26명으로 일본을 제외하곤 최하위다. 세계 224개국 중엔 220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이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인 것은 그만큼 아이 낳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지며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을 한다해도 육아부담이 만만치않아 출산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연애ㆍ결혼ㆍ출산 3가지를 포기하는 소위 ‘삼포세대’라는 말까지 생겼다.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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