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전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어가는 것

 

올해 6월은 시작부터 지방선거로 온 국민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것처럼 청하는 악수지만,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열정과 다부진 다짐이라 믿어보며 기꺼이 손을 잡아줬다. 쥐여주는 전단을 읽어야만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것 같아 밀린 숙제를 하듯이 각 후보의 됨됨이와 관심사, 그동안 살아오며 이룬 일들을 열심히 읽고 비교했다.

거리 곳곳에 걸린 현수막이 국민의 시선을 가로막아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벨이 울려 하던 일을 중지시켜도, 각종 SNS에 온갖 선거정보가 도배되더라도, 공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치 축제의 한복판에 와 있다고 생각하며 일상의 불편함을 용서하고 지냈다.

당선자 바뀔 때마다 새 전통 그려

이처럼 온 국민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더 행복한 국민이 되길 염원하는 마음이 모여 축제와 같이 선거를 무사히 치렀고, 그 결과 좋은 일꾼들이 새롭게 선출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선거 이후 국민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당선자들의 행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뽑았다는 사실조차 국민은 잊은 듯하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사이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떨어진 사람을 위로하기보다는 뽑힌 당선자를 축하하기에 바빴다. 앞서 일한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잘 보내 드리기보다는 진압군 같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업무 파악이란 핑계로 권위적인 지적 질이 앞섰다.

뽑아준 이들보다 나를 뽑아주지 않은 이들을 찾아 응징하듯이 우리 편 길들이기에 힘썼다. 전통을 이어가기보다는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자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다. 지금 또다시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

자주 바뀌는 복지정책, 공무원도 다 외우지 못하는 제도의 변화, 눈만 뜨면 생겨나는 새로운 서비스, 알 만하면 바뀌는 공무원의 인사이동 등은 국민이 몸으로 느끼는 복지만족에 큰 위험요소이다. 이 같은 위험요소들은 사각지대를 만들고, 불필요한 예산소비를 발생시키고, 전문성이 결여 시키며, 전시적이고 실적위주의 행정을 하게끔 한다.

또 민관 협력을 어렵게 하고, 소신 있게 일하기보다는 지적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공무원까지 생기니 적극성과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리가 없다.

전임자 장점 찾아 발전 시켜 나가야

국민은 누가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는가를 더욱 중요시한다. 그래서 선거에서 새롭게 뽑힌 이들의 자리도 영원한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전임자의 장점을 먼저 찾아 배우려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계승·발전시켜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전임자와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다면,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당선자들이 앞서 일한 이들의 공로를 존중하고,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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