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여풍당당’의 바람을 읽자

사회 곳곳에서 여풍이 거세게 분다. 판검사임용을 비롯한 공무원시험은 물론, 대학교 성적에서도 여자가 남자를 압도하고 있다. 요즘 외고에서도 남학생들의 자퇴가 늘고 있는데, 내신에서 여학생에 불리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또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올해 개최한 동계올림픽에서 여자들만 금메달을 3개 땄을 뿐 남자들은 맥을 못 추었고, 피파 순위에서도 남자축구는 57위지만 여자축구는 18위다.

그런데 유독 여성들의 활동이 아직 위축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기업 활동 분야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여성기업은 130만6천여 개로 전체 기업의 38.9%에 불과하며 벤처기업에 국한해도 여성 벤처기업은 전체 벤처기업의 8%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장에선 여성기업이라 하더라도 사업하다 실패한 남편을 대신해서 이름만 빌려주는 소위 ‘바지사장’도 많다고 한다. 이들 여성 기업이 아직 타 분야와 달리 주류로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가 아직 남성 위주인데다, 여성이 창업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이 많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비즈니스도 주로 남성 위주로 이뤄지고 여성은 경영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숙명적인 한계가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고, 감수성과 아이디어가 많은 여성의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많은 지원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성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책 중 하나로 공공기관에서 구매하는 물건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여성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 중에서 구매토록 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공공기관별로 전체 구매액 중 물품의 5%, 서비스와 공사의 3% 이상을 여성기업 제품으로 구매토록 한 것인데, 전체 구매액이 약 8천억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지금도 중소기업 제품 의무구매나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와 같은 구매활동에 제약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 또 하나가 추가됐으니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인위적으로 시장을 제한하는 직접적인 규제에 대해 그 효과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여성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에 관심을 두게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경기지역 공공기관별로 작년에 구매한 중소기업 제품과 여성기업제품 구매실적을 파악해 보았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어 어떤 공공기관은 구매비율을 충실히 지킨데 반해, 일부 공공기관은 실적이 크게 못 미쳤다.

그래서 도내 공공기관 중 규모가 크거나 좀 더 관심이 필요한 공공기관을 정해서 직접 방문해 사업취지를 설명하고 필요한 협조를 부탁했다. 요즘 공공기관도 많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많은 공공기관장께서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을 약속했고, 실무자들도 필자가 기관장을 만나 협조요청을 함으로써 일을 추진하기 쉬워졌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3월에는 해당 기관에서 구매할 물품 중 여성 기업들이 생산 가능한 물품 리스트를 여성기업 단체와 함께 만들고 ‘여성기업들을 모시고 공동으로 현장 구매상담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더니 각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이달 25일에도 지난번 행사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공공기관과 또 한 번 여성기업 구매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행사가 거듭될수록 여성기업 제품에 대한 관심 및 구매가 늘어가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매우 뿌듯하고 한편으론 해당 기관에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바람이 불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바람이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에도 불고 있다. 단순히 변화의 결과라는 파도만 보는가, 아니면 바람을 읽는가에 따라 기관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다.

다행히 공공기관이 변하고 있으며 이들의 의지를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청에서도 이들 기관과 소통해 많은 여성 중소기업들에 혜택이 가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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