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붙고보자! 묻지마 지원 적성 안맞네… 출근 첫날 ‘잠수’
도내 한 중소기업단체 사무국장인 A씨(43)는 최근 사무국 직원을 채용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신입사원이 첫 출근을 한 뒤 다음 날부터 연락이 끊긴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차점자에게 연락해 재채용 했지만, 그 역시 3일 만에 ‘잠수’를 타버렸다.
뒤늦게 전화통화가 된 그는, ‘열심히 하겠다’ 라며 뽑아만 달라던 때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게 ‘적성에 맞지 않아 다니지 못하겠다’ 라는 말만 전한 뒤 전화를 끊었다.
화성시 향남읍에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류모씨(55)도 직원 채용으로 한동안 속앓이를 해야 했다. 사무직원을 구했는데, 합격자가 아예 출근을 하지 않은 것. 다시 채용 공고를 내 신입사원을 뽑았지만, 출근 3일 후 류 대표는 신입사원 부모로부터 “아이가 다른 곳에 합격해 이제 출근을 못하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류씨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일단 붙고 보자는 마음에 구직자들이 쉽게 지원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중소기업은 재채용과 일손 공백에 따른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고 씁쓸해했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이 구직자들의 비뚤어진 취업행태를 낳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실업자(15~29세)는 36만 6천 명(8.7%)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p 증가했다. 지난 2월에는 청년실업률이 10.9%까지 치솟으며 2000년 1월(1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단 붙고 보자’는 생각에 ‘묻지 마 지원’을 하는 지원자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신입 구직자 8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5%가 ‘다닐 마음 없는 회사에 지원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51.8%)보다 7.7%p 증가한 수치다. 다닐 마음이 없는 회사에 지원한 횟수는 평균 12회로, 이들은 평균 25회 입사지원을 해 2번 중 1번은 ‘묻지 마’ 지원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반적인 교육이 주로 직업훈련 교육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등 인성교육이 부족한 것이 이런 현상을 불러온 이유 중 하나”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동반돼야 구직자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좁히고 중소기업도 잦은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