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
21번째 염색체가 더 많은 특별한 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진짜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 독특하게 그려
최근 우리 문단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시인, 서효인은 딸바보다.
시인의 딸 은재는 스물한번째 염색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하나 더 많다. 그것으로 인해 은재의 눈꼬리는 곱게 올라가고 은재의 코는 귀엽게 가라앉고 은재의 성격은 순하고 맑다.
시인 서효인이 다운증후군 딸, 은재를 얻고 진짜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낸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난다刊)을 출간했다.
시인은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나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이 두 권을 냈다.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그의 시력(詩歷)은 문단이 인정한셈.
그가 쓴 야구관람기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라는 책 때문에 서효인을 시인이 아닌 야구 칼럼니스트로 아는 이들도 많다. 그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몸뚱이 때문에 실패’하고, ‘야구캐스터가 되고 싶었으나 스펙 때문에 좌절’하고, ‘야구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재빠르지 못해’ 결국은 ‘시를 짓고 글을 쓰며 가난한 시간을 그럴싸하게 보내게’ 됐다고 한다.
가난한 시간을 그럴싸하게 보내던 중 시인에게 (결혼 전)느닷없이 아이가 생기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서 숨을 골라야 했던 은재. 바로 앰뷸런스에 타야 할 정도로 위급했던 은재.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관계를 묻는 칸에 ‘아버지’라고 쓸까 아니면 ‘父’라고 쓸까 고민했”던 시인은 그렇게 아버지가 됐다.
특별한 딸을 키우면서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게 된다.
“다운복지관은 노원구 화랑대역에 있다. 거기에만 있다. 우리나라에 다운복지관은 한 곳뿐이다.”, “세상은 참 이상한 것 같다. 아픈 아이의 자세와 걸음마, 언어와 인지를 도와주는 병원은 별로 없지만 멀쩡한 어른의 다이어트, 오뚝한 코, 눈 밑 애굣살을 위한 병원은 많다.”
시인의 절친, 정용준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초보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이가 생긴다고 해서 모두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를 어떻게든 키우겠다고 다짐하며 매일을 살기로 작정하는 이들만이 부모가 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와 고민으로 아들과 딸에게 “잘 왔어!”라고 말해주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삶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효인은 이 글을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딸은 이 반성문을 세상에 없는 러브레터로 기억할 것이다. 나는 이 반성문을 세상에 없는 최고의 시집으로 기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