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런 사회를 맞이할 의지가 있는 것일까? 혹시 그런 사회를 앞당겨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필자는 얼마 전 경기도와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설립해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운영 중인 기업 맞춤형 현장 교육센터 ‘컨텍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 기업체가 원하는 직원들의 능력계발 요구는 뜻밖에 간단했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내용을 들고 현장에 와서 강의를 진행해 주면 직원들의 능력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자체 교육시스템이 갖춰진 일부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에서 그런 요구가 더 컸다.
기업체가 자신의 사원을 능력 있는 직원으로 육성하고자 할 때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일까. 먼저 필요한 전문 강사다. 기업체가 필요한 기술과 지식은 누가 보유하고 있을까? 대학교수도 포함되겠지만, 실제적으로는 현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다.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정부 각 부처의 공무원, 국공립 연구원의 연구자, 그리고 실무 경험이 많은 퇴직자가 포함될 것이다. 각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전문가들을 광범위하게 파악해 필요한 때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된다.
기술과 지식이 급변하는 현대에서는 교육을 통한 지식 유통 또한 적시에 일어나야 한다. 케케묵은 내용을 중심으로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그런 강좌가 아닌, 필요할 때 수시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학이 기초적인 지식을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것이 사명이라면 기업체를 위한 교육은 실무적이면서도 앞선 지식을 즉각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기업체의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교육 내용’은 어떤 것일까. 그 내용은 기업체가 알고 있다. 기업체의 종류만큼 그 범위는 매우 넓다. 하지만, 분야는 다양할지라도 내용은 깊이 있고 앞선 것이어야 한다.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을 운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융합교육의 핵심이다. 기업체가 원하는 교육 내용은 융합적인 특징이 크다.
또, 기업체가 원하는 교육 장소는 어디일까?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대학이냐 또는 원근각처의 각종 전문 학원이냐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에 바쁜 직장인들이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할 테다. 전문 강사들이 기업체를 직접 방문해 교육하는 것이 이상적일 테고 적어도 기업체가 접근하기 쉬운 그런 밀착형 교육센터면 더 좋을 것이다.
이러한 필요조건이 갖춰진 교육시스템은 강의자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의 입장에서 능력향상을 목표로 진행하는 교육이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이 계발된 만큼 공인 인증서를 부여하는 그런 시스템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교육 시스템이 현재 부재하다는 것이다. 차제에,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한 개인의 능력 향상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을 제안한다.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를 원한다면 기존의 학·석·박사와는 다른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하여 개인의 능력을 천편일률적인 학벌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계발한 능력대로 인증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기업체의 경쟁력 향상과 개인의 능력을 고도화시키는 수요자중심 교육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교육은 기업과 교육 수요자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정부는 그러한 시대적인 요청을 견인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능력위주의 사회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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