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죄가 너무 크다… 우리의 삶이 세월호였다

고은 등 시인 69명 세월호 추모 시집 발간… 인세는 전액 기부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나희덕, 「난파된 교실」 부분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제주를 운항하는 6천835톤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것이다.

사고 후 100일이 지나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세월호 특별법도 진척이 없다. 세월호 소유주는 주검으로 발견됐고 희생자 가족들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세월호는 여전히 침몰 중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침몰 중이다. 그날 배 안에 타고 있던 376명의 이름은 우리 모두의 이름이었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69명이 함께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강은교 외 68인著ㆍ실천문학사刊)를 펴냈다.

강은교, 고은, 곽재구, 김사인, 박철, 손택수, 송경동, 신현림, 이재무, 정석남 등 한국문단에서 내노라 하는 시인들은 2014년 그 봄날, 맹골수도에 잠든 하얀 꽃들에게 마음을 위로하는 시를 건넨다.

유용주 시인은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말라/이건 명백한 살인이다”며 “뿌리부터 가지까지 몽땅 썩어 문드러진/국가를 먼저 구속시켜다오”라고 그 책임을 강도 높게 묻고, 송경동 시인은 “돌려 말하지 마라/온 사회가 세월호였다/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고 비판했고 김선우 시인은 “이 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고 고백했다.

문동만 시인은 “침몰입니까? 아니 습격입니다 습격입니다!/우리들의 고요를, 생의 마지막까지 번지던 천진한 웃음을/이윤의 주구들이/분별심 없는 관료들과 전문성 없는 전문가들이/구조할 수 없는 구조대가/선장과 선원과 또 천상에 사는 어떤 선장과/선원들로부터의…… 습격입니다”라고 애통해 했고, 백무산 시인은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다 끝내 오르지 못한 스물두 살/4월을 품은 여자 박지영, 그가 최후의 선장이다”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 단원고의 많은 학생들을 살려낸 승무원 故 박지영씨를 추모했다.

이 땅에 깨어 있는 시인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슬픔을 넘어 분연을 외친다. 지금은 “분노해야 할 때!”라고. 또 세월호는 침몰한 것이 아니라 선원들과 선장, 선주와 같이 이윤만 노리는 자들, 해경이나 해양수산부 같은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 등으로부터 습격을 받은 것이라고 정곡을 찌른다.

그러면서 시인들은 “우리에게 남은 일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일”이라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면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문학의 윤리이며, 문학이 말하는 자유임을 믿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 책의 작가 인세 전액과 출판사 수익금 10%는 아름다운재단 ‘기억 0416 캠페인’에 기부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값 1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