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14년만의 신작 ‘무의미의 축제’
‘무의미의 축제’는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진행된다. 새로이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된 여자의 배꼽에서부터 배꼽에서 태어나지 않아 성(性)이 없는 천사, 가볍고 의미 없이 떠도는 그 천사의 깃털, 그리고 스탈린과 스탈린의 농담, 그에서 파생된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유를 이어 가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1967년 첫 소설 ‘농담’에서 시작되어, 1984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그의 문학 세계는 2014년 ‘무의미의 축제’에서 그 정점을 이루며 쿤데라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내맡겨진 인간, 그 존재의 가벼움에 천착하는 쿤데라는 이번 소설에서 ‘스탈린과 칼리닌의 일화’를 교묘히 엮어 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는 동지들 모두 웃지 않고 입을 꾹 다문다. 모두들 스탈린의 이야기가 ‘웃자고 한 농담’이 아니라 ‘역겨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스탈린의 농담은 “아무도 웃지 않는 장난”이 되어 버린다.
쿤데라의 첫 번째 소설 ‘농담’에서,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왔다면, 어쩌면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될지도 모를 ‘무의미의 축제’에 등장하는 이 스탈린의 일화는 이제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넘어서,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네 남자의 이야기 사이에서 어쩌면 기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 역사적 일화를 통해 쿤데라는 하나의 농담조차에도 진지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의 무거움, 그 비극성과 마주하는 태도로서 ‘무의미’를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 인간 존재의 삶이 아무런 의미 없음의, 보잘 것 없음의 축제이며 이 ‘무의미의 축제’야말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우리의 시대라고. 쿤데라는 말한다. “우리는 무의미를 사랑해야 한다”고.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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