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명령은 ‘지역 통합과 발전’
가장 손 쉬운 단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포장하는 데 그 만한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심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장영미 동두천시의장(56)은 조금 달랐다.
시작은 다른 인터뷰어와 마찬가지로 ‘소통’으로 시작했다. 구호화된 정치적 수사들이 지루하게 나열될 즈음, 지난 6대 의회에서 장 시의장이 발의했던 조례들이 탁자에 수북이 쌓였다.
하나 같이 소외된 이웃과 지역에 관한 것들이었다. 한 건 한 건 조례들을 들춰내며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하는 장 시의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진심과 가식을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그럼에도 느낌은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첫 여성의장으로 동두천 시정을 새롭게 이끌어갈 장영미 동두천시의장의 자신감 있는 의정활동을 미리 들어봤다.
재선 시의원, 그러나 마음은 초선
장영미 동두천시의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정치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동두천에서 태어나기도 않았다. 심지어 여성이다. 주류 정치인이 지닌 정형화된 요소들을 단 한 가지도 갖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2010년 비례대표로 출마해 동두천시의원이 됐다. 그렇게 정치인이 됐고, 4년 후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동두천 시의원 중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하며 사상 첫 여성시의장이 됐다.
정치 입문 4년 만의 성과였다. “서울에서 교직생활을 하다가 동두천이 고향인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왔어요. 남편과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며 살았고, 25년이 지났습니다. 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쩌다 시의원이 됐고, 의장까지 맡게 됐어요. 시민으로서, 자영업자로서, 주부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동두천에 바라는 마음들이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 기자와의 대화에도 시종일관 미소를 잊지 않았다. 마치 내 어머니를 마주하듯 어딘가 친숙했고, 편안했다. 겸손과 진심의 미덕도 갖추고 있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무게를 잡기보다는 10만 시민의 운명을 짊어진 정치가로서,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시의회의 장(長)으로서의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 이 때문에 기자에게 외지인으로서 ‘동두천’의 이미지가 어떠한가를 되물었다. ‘미군’과 ‘가난’이라고 솔직히 답하자 진심으로 아파해하기도 했다. 동두천에 대한 애틋함과 애절함이 표정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동두천의 매력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타지에서 이곳에 왔을 때도 아무 조건 없이 안아주고 품어준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도시에 대한 뒤틀리고 왜곡된 이미지가 마음이 안타깝고 안쓰러워요. 그래서 제가 지난 6대 의회에 지역통합과 발전을 끊임없이 강조한 이유입니다. 이 부분을 이루는 것이 지난 선거에서 시민들이 제게 준 사명이 아닐까 합니다”
책임과 소신의 의정 ‘의리 정치인’
장영미 동두천시의장의 의정목표는 ‘책임’과 ‘소신’이다. 대한민국 전체를 슬픔과 좌절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바로 이 두 개의 결핍에서 비롯됐다 여기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리더십의 부재가 불러온 파국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책임과 소신은 결국, 신뢰의 다른 이름이다. 정치와 행정의 또 다른 표제어다. 이를 인식하고 유지해가는 노력과 의지가 세월호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난 7월 1일, 시민과 시의원, 시공무원 앞에서 장영미 시의장이 밝힌 개원사도 ‘모든 성과를 토대로 더욱더 강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선진 의회상을 정립하겠다’였다.
이를 위해서 장영미 시의장은 의회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한다.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제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의원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확장된 세계의 눈으로 혁신의 의정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장영미 시의장의 생각이다.
정치입문 5년 만에 관록의 정치인이 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정치적 세력이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필요성만으로 정치에 임할 수는 없었다. 전직 의원들을 무작정 찾아가 행정에 대해 묻고 스스로 공부했다.
활달하고, 친화력 있는 성격 덕분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 도움에는 민원도 있었고, 바른 시정을 위한 제안도 있었다. 또 동두천시와 시의원을 향한 불만도 있었다. 그것을 한데 모아 듣고 연구해 지난 6대 동두천의회에서 초선의원으로서는 힘든 다양한 조례들을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이런 경험은 장영미 시의장의 최대 밑천이 됐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동두천시 원도심 활성화사업 지원조례안’이다. 동두천의 원도심인 중앙동에서 음식장사를 했던 기억을 되짚어 원도심 상권의 활성화와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해 원도심을 부활시키는 것이 발의 이유였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원도심은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를 토대로 도시가 생겨났고, 발전했습니다. 그 안에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축적됐습니다. 지역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죠. 그런데 계획과 균형 없는 개발 탓에 상권은 죽고 젊은 사람들이 도시 외곽으로 떠나면서 활력도가 떨어졌습니다. 이 조례의 출발도 그 같은 문제의식 때문이었고, 다행히 많은 의원들이 공감해주신 탓에 조례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외도 장영미 시의장은 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조례들을 발의했다. 외국 지자체와의 교류협력을 위한 ‘동두천시와 외국 지자체간의 교류협력과 증진에 관한 조례’부터 ‘장기 조직 및 인체조직 기증, 장려에 관한 조례’, ‘장애인 체육진흥 조례 제정조례안’ 등 영역을 넘나들며 동두천의 삶과 일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합리적 소통 통해 지역 현안 해결 앞장
이제 취임 한 달을 맞은 장영미 동두천시의장의 어깨는 가볍지 않다. 부담이 많다. 개원 이후 첫 여성의장이라는 타이틀도 부담이지만 동두천을 둘러싼 지역현안 해결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 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미군 공여지 반환 문제부터 시작해 행정구역 통합문제, 지역 일자리 창출 문제 등 산적한 현안들이 수두룩하다.
장영미 시의장의 고심도 여기에 있다. 미군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의원뿐만 아니라 동두천 내 많은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의 힘을 모아 보다 전략적이고 구체적으로 중앙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시의회가 중간에 서서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이를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것. 그래서 상호간의 대립을 줄이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장영미 시의장이 주도하는 이번 시의회의 현안 해결 방향이다.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합니다. 아직도 정치경험이 미천하지만, 그 시간 제 머릿속을 채워왔던 것도 소통입니다. 소리도 듣지 않고. 남을 일방적으로 이해시키려고 한다면 결국 싸움만 될 뿐입니다. 진정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정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의정활동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4년 후 동두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글 _ 송진의·박광수 기자 ksthink@kyeonggi.com
사진 _ 동두천시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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