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혁신도시 內 월세 담합… 대학가 원룸단지도 ‘들썩’

[공공기관 이전의 그늘] 2. 학생들 잠자리마저 빼앗는 대책없는 이

지난달 29일 오전 농촌진흥청 본청과 국립농업과학원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전북 전주혁신도시. 곳곳에는 여느 신도시 조성을 방불케하는 상가와 원룸, 임대 아파트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혁신도시내 준공 허가가 난 원룸단지는 총 12동(1동-18개 원룸 배치) 220여개로, 새로 이전한 이들 기관의 ‘기러기족’을 대상으로 활발히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조성된 상가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부동산 입구에는 원룸을 비롯한 아파트 시세를 알 수 있는 전단조차 부착돼 있지 않았다.

확인 결과 이곳 원룸단지들은 이전 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미 원룸 기준 보증금 300만원과 월세 35만원으로 통일돼 사실상 원룸 주인들의 담합이 이뤄진 상태다. 임대 아파트(투룸 기준-거실 1개, 방 1개) 역시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이 가장 저렴한 가격이며, 혁신도시내 대다수의 거주지는 전세 매물이 없는 월세 형태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E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혁신도시에 있는 원룸들은 가격이 동일하게 책정돼 있다”면서 “소속 기관들이 모두 이전하는 시점에는 현재 거래 가격보다 높아질 수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계약을 맺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직원숙소 및 임시사택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순환근무자의 일시적 거주를 목적으로 지원하는 직원숙소의 경우 전체 본사 직원의 28.8% 내외에서 신축하거나 매입·임차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진청의 경우 현재 직원숙소가 조성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근버스도 월요일 오전 1차례(수원~전주), 금요일 저녁 1차례(전주~수원)만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가족이 모두 이전하지 않는다면 원룸 거주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놓이자 기존 전주대 인근과 시내에 조성된 원룸단지에도 월세 인상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현재 보증금 200만원, 월세 20~25만원에서 거래돼 학생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이곳 단지들도 계약 기간이 완료되면 혁신도시 수준으로 보증금과 월세 가격이 상향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대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아직은 학생들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비어 있는 방이 없다”면서도 “혁신도시와의 거리 차이가 7km 미만이기 때문에 다소 저렴한 월세를 쫓아 이곳으로 직장인들이 몰릴 경우 월세가는 오를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원룸에 거주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이곳 일대 원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며 “(만약 사실이라면)공공기관 이전도 좋지만 우리가 왜 피해를 봐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억울해했다.

이같은 상황에 울며 겨자먹기로 이전한 직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농진청의 한 직원은 “솔직히 전주로 내려오기 싫은 상황에서 우리들 때문에 기존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스럽고 미안하기까지 하다”며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도 좋지만 최소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전 대책이 확실하게 세워졌어야 했다”고 답답해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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