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이전 後기반시설 ‘악순환’… 근무여건 개선·지역본부 강화 대안

[공공기관 이전의 그늘] 5.-完 이제 연착륙을 고민할 때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지방혁신도시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들이 속속 이전하면서 생긴 최대 고민거리는 바로 숙소 문제다.

지난 7월 전북 전주혁신도시로 이전을 마친 농촌진흥청 본청 소속 400여명은 회사 사택이 갖춰지지 않아 직원 대다수가 월 평균 40만원 가까운 월세를 지급하고 원룸을 얻거나 친한 동료들끼리 방세를 나눠 내면서 투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 이전보다 뒤늦게 구축되고 있는 기반 시설도 문제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혁신도시들은 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이나 영화관, 약국ㆍ병원, 학교 등의 각종 시설들이 아예 구비되지 않거나 상권조차 마련되지 않아 직원들은 외롭고 불편한 생활에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혁신도시로 지정된 지역들 대부분은 소위 변방(?)으로 분류될 만큼 외진 곳인데다가 각 지자체의 투자도 늦어져 이전 기관 직원들의 사기는 말할 수 없이 떨어진 상태다.

농진청의 한 직원은 “건물과 사람만 옮긴다고 국가 균형 발전을 가져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우선돼야 하며, 직원들의 본래 생활 터전을 감안한 지역본부의 활성화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지역본부의 인원 보강을 통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겨야 공공기관 이전의 연착륙을 이뤄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솔솔 고개를 들고 있다.

또다른 직원은 “직원 대부분이 거주하는 수원에 일부 센터와 직원이 남긴 하지만 큰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거주지는 수원, 근무지는 전주, 회의장소는 세종시 등 비효율적인 운영체계를 하루빨리 잡기 위해서라도 전주와 수원의 이원 체제 운영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어촌 공사 관계자도 “어차피 이제 이전은 현실적인 문제로 뒤집을 수 없는 사안이지만 경기지역본부와 각 지사에 대한 인력 보강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과 능률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며 “공공기관 이전이 연착륙되기 위해선 이전 지역에 대한 신속한 인프라 구성과 조직을 떠나는 구성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도권 지역에 대한 안전 장치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재검토 과정이 빠른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분명한 것은 공공기관 이전을 현 시점에서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라고 강요했던 정부도 나몰라라하고 방관만해선 안된다”면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신속히 여건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효율적 운영시스템을 위해서라도 수도권 지역본부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 등을 포함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전 문제 전반에 관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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