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를 따라 가면 널찍한 대청마루 위에서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 입은 연주자들이 가야금, 해금, 장구를 연주하며 궁중 정악을 연주하거나 정겨운 민요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구성진 가락에 이끌린 사람들은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하고, 한국 전통 음악이 낯선 외국인들도 다가와 그 흥에 함께 박수를 친다.
신기한지 연신 셔터를 눌러대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무대 위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여객들은 발길을 떼지 못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전통문화 전도사들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공예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이 공간을 찾은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테이블 앞에 모여 그들의 설명을 들으며 단청, 매듭, 혹은 전통 문양의 부채 등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내가 직접 만든 나만의 한국전통공예품을 만들어 가지고 갈 수 있으며 모든 체험은 무료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그 뒤편에는 한국전통공예품들이 내외국인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작은 기념품에서부터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혼이 담긴 도자기, 옻칠, 나전 작품 등의 수준 높은 공예품까지 이 공간에서 전시, 판매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센터에서는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양한 체험과 공연, 문화상품을 만날 수 있다. 출국장 내 동측과 서측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전통문화센터에서는 상설국악공연이 매일 각각 3번씩, 총 6회 펼쳐지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예체험과 전통공예품이 전시, 판매되는 명품관이 마련돼 있다.
한국전통문화센터는 한국을 여행하고 떠나는 여객들에게 마지막 관문인 공항에서 그들이 다시 한국 전통으로의 작은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인천공항을 거쳐 환승하는 사람들에게도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장소가 되고 있다.
센터직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최근 센터에서 전통체험을 하러 온 외국인 중 한쪽 팔을 못 쓰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체험은 대부분 공예품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봐야하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직원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아이를 맡은 직원은 대신 만들어 줄까도 생각했지만 직접 체험해 주는 것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함께 해보자고 말을 건네며 한쪽 손을 거들었고 조금 서툴고 엉성하긴 했지만 소반이 완성됐다.
“정말 예쁘다”면서 기뻐하면 외국인 아이는 센터를 떠나기 전 직원에게 작은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카드에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당신은 내가 여행 중 만난 최고의 사람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처럼 한국전통문화센터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SNS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이곳을 들르는 이용객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매일 이루어지는 공연과 체험, 전시 이외에도 대한민국 고유명절 설이나 추석같은 민족 명절에는 전통 한복입기, 다도, 떡메치기나 포구락, 투호 등의 민속놀이 체험 행사와 부채춤, 탈춤의 전통 공연으로 한국의 명절을 알리며 완성도 높은 한국의 문화와 예술의 혼이 담긴 인천공항만의 차별화된 감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인 운영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한지, 단청, 나전, 민화 등 전통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전통공예체험과 다양한 한국의 전통복식과 소품을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전통복식체험, 판소리, 가야금, 대금 등의 실내악을 즐길 수 있는 국악상설공연,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제작한 작품 및 문화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전통문화상품 쇼핑 등이 마련돼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을 단순한 여행객이 거쳐 가는 곳이 아닌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국전통문화센터를 마련했다.
인천국제공항과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하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협력으로 2009년 개관해 연간 10만 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을 체험하고, 우리 전통문화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고객의 편의를 생각한 동선, 친절한 공항 직원들, 깨끗하고 편리한 쇼핑 시설 등은 다른 나라의 공항에서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며 “한국전통문화센터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인천국제공항이 아니면 어느 나라 어느 공항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사진·자료 _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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