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쌀의 진화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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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녘을 보노라면 마음이 풍요롭다. 하지만 농부들의 맘은 그리 편치않다. 내년부터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됨에 따라 우리의 쌀 산업 기반이 중대한 기로에 놓이기 때문이다. 쌀 소비가 줄어 걱정인데 싼값에 외국 쌀이 들어오면 쌀 재배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 아니냐는 우려다.

우리 국민의 1인당 밥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있다. 1995년에 한 명이 연간 106.5kg을 소비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67.2kg으로 감소했다. 2024년 쌀 소비량은 51kg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이 1kg 감소하면 1만ha 내외의 벼 재배면적이 축소된다.

이에 우리 쌀의 생산기반을 지켜내기 위해 쌀 제품의 다양화 등 쌀 소비 촉진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쌀은 단순한 영양공급에서 벗어나 건강에 좋은 다양한 기능성 쌀과 즉석밥ㆍ국수ㆍ술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능성 쌀’의 진화는 놀랍다. 웰빙을 추구하는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다양하게 나와있다.

최근 알코올중독 치료 기능을 지닌 ‘밀양 263호’라는 품종이 개발됐다. 사람의 뇌ㆍ척수 등에 많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많이 함유해 음주 충동이 줄어들게 된다. 가바는 고혈압을 낮추고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고아미 2호ㆍ3호’는 일반 쌀보다 3배 이상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해 다이어트용으로 불린다. 식이섬유는 소화될 때 당이나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흡수되지 않게 한다. ‘하이아미’는 쌀눈에 라이신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성장기 어린이가 먹었을 때 키가 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쌀의 표면에 다양한 성분을 입힌 ‘코팅쌀’도 개발됐다. 동충하초 등의 버섯 추출물을 입힌 ‘버섯쌀’, 아미노산을 찹쌀 표면에 붙인 ‘아미노산쌀’, 감귤 껍질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라는 항산화 물질을 코팅한 ‘감귤쌀’ 등이 나와있다.

‘흑광’ ‘흑진주’ ‘건강홍미’는 노화 억제에 탁월하다.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발아현미용 ‘삼광’과 ‘큰눈’도 있다. ‘조생흑찰’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홍국쌀’은 모나콜린K 성분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혈관개선에 도움을 준다.

밥으로 먹는 쌀의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기능성 쌀 수요는 늘고있다. 진화된 기능성 쌀이 시장 개방을 앞둔 농가에 안정적 소득원으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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