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여성 경력단절 현상의 불편한 진실

경기도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대체로 전국 평균에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면, 지난해 경기도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15세 이상)은 49.0%로 전국 평균(50.2%)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고, 경기도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23명으로 전국 평균(1.19명)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여성 경력단절 현상은 두드러진 특성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초등학생)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 비취업자를 경력단절여성으로 정의한다.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 25-44세 기혼여성 10명 중 3명, 기혼여성 비취업자 10명 중 6명이 출산 및 양육의 문제로 취업을 중단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의 경우 동일 연령대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자의 비율은 32.0%로 16개 시도 중 울산(39.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고, 서울(25.3%)과도 큰 차이를 나타낸다.

사실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경제학적으로 그다지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주부양자인 남성과 보조부양자인 여성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형태의 가구에서 출산 이후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자녀의 양육 비용에 달려있다. 갓 태어난 아이는 부모가 하루 종일 돌봐야 하지만, 초등학생 아동은 기껏해야 하루 몇 시간 정도 부모와 함께 있기를 원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녀의 양육 비용은 자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이 자녀가 어릴 때는 경제활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가사 노동시간을 늘이고,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점차 경제활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온 사회가 여성 경력단절 현상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것일까? 여성의 경력 유지를 위한 사회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사설이 연일 신문 지상에 넘쳐난다.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유지를 고용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어서일까? 여성의 가사노동은 경제적 가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고용지표를 높이기 위해서일까?

아마도 여성의 일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목표는 자녀 양육의 부담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부과되는 현실이 부당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남성 경력단절자의 비율은 0%에 근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노동권에 있어서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자세가 되어 있을까? 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공짜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에 의해 아동은 돌봐져야 한다. 크게 보았을때 모, 부, 그리고 정부가 그 주체이다. 따라서 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 또는 정부의 부담이 늘어나야 한다.

2009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남성이 가정관리 또는 가족을 보살피는 데 할애한 시간은 맞벌이 부부, 비맞벌이 부부에 상관없이 하루에 40분 미만이다. 그런데, 과연 남성은 여성이 일하는 시간 동안 자녀를 돌볼 용의가 있는가? 무상보육이 도입됐으나, 보육시설의 접근도와 만족도는 부모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정부는 부모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양육서비스를 제공할 용의가 있는가? 우리 사회가 두 질문에 대해 떳떳이 대답하지 못하는 한, 여성 경력단절 현상은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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