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이주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

저는 이주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이들에게 몇 가지의 질문을 하곤 합니다. 이들이 한국에 왜 들어왔는지? 그리고 그들이 한국에서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그리고 과연 그들이 목적한 바를 이루고 돌아가는 지? 등등.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은 큰 매력을 지닌 나라입니다. 우선 단편적으로 보면 동남아의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없으며, 일을 해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임금은 택시기사들이 20여만원 정도를 받고 있고, 생활비는 4인 가족 기준 한달 30만원으로 빠듯한 생활이고, 다수가 생활고를 겪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기에 치안이 안정되고, 임금이 5배나 되는 우리나라에 와서 새로운 미래의 꿈을 꾸고 살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의 희생을 감수하고 입국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갈등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방인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보고 싶은 가족을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 무엇보다도 지지해줄 사람들이 적다는 것입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들은 참으로 많은 정서적인 갈등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어떤 이주노동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성당에 열심히 다니는 친구였으며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옮기겠다고 찾아왔고, 원인을 물어본 즉 사장님이 주일에도 일을 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은 주일에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주님을 찬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더니, 옮기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장을 설득하여 고용 알선장을 받아오게 해서 그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었고, 그는 행복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노동자입니다. 그는 5년 고용허가제의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갑자기 찾아와서 자기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였고, 이에 저와 수녀님과 함께 가족이 있는 품으로 돌아가라고 설득을 하던 중 그에게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수습을 하면서 그의 사정을 들어보니, 그의 아내가 그가 보낸 재산을 탕진해 5년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간 사정을 말하였습니다. 그를 돌보아주고 그의 미래의 행복을 빌며 놓아주었습니다.

이방인으로 살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고 있듯이, 그리고 경험이 없이도 짐작되듯이 이주노동자들은 참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원인 중에 하나는 적잖은 사장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노동력으로 보기 때문에, 그들의 정서적인 삶의 욕구를 무시하고 강요해서 일을 시키는 것입니다. 둘째는 종교의 자유도 말살하는 당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하기에 그들의 원초적인 욕구인 찬양에 대한 갈망도 묵살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위한 일인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족과의 분리입니다. 가족은 함께 살아갈 의무를 지닌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삶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그러했듯이 사우디와 독일로 가족을 위한 이민으로 인한 많은 어려움을 체험하였습니다.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우리는 이들을 같은 인류가족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시간, 종교를 위한 시간 할애, 쉬는 시간과 휴일을 제공하는 등의 실질적인 필요에 대응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의미와 가치에의 욕구에 더욱 열린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최병조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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