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아동 혼자 거리 배회 ‘안전 불감증’

얼마 전 서울에서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초등학생이 학교 운동장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아동은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상태가 심했고, 대학생으로 밝혀진 피의자는 구속영장이 신청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피해 아동이 밤 11시가 넘어 동네 친구를 만나겠다며 혼자 집을 나섰다는 점이다.

경찰로 대변되는 국가는 여성과 아동들이 밤거리를 불안감 없이 다닐 수 있는 범죄 없는 안전한 사회를 국민들에게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 아이의 안전을 나 아닌 누군가의 손에 맡겨 두는 것은 너무나 안일하다.

필자는 유럽 선진국 중 하나인 스페인에서 경찰영사로 3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자녀들을 현지 학교에 입학시키게 되었는데, 그들의 철저한 아동 안전 의식은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은 반드시 부모 등 보호자가 등교시켜야 하고, 학교 정문에는 담당선생님이 아이들의 등교를 일일이 점검한다. 그런데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지금이야 폐지되었지만, 지난 2000년대 학교 운동장을 주민들에게 되돌려 준다며 ‘학교 담장 허물기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지난 9월 29일자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방임도 아동학대의 한 유형이다. 야심한 시간 또는 위험한 장소에 아동이 혼자 거리를 배회한다면 이것은 방임이다.

만일 주변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면 문제 의식을 갖고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이며, 경찰은 그 아동이 부모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경민 양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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