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장애인AG 시설, 이대론 안된다

장애인단체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곧 개막될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인천APG)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45억 아시아인의 ‘화합과 배려’를 기치로 내건 인천아시안게임(인천AG)이 정작 장애인들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마련되지 않는 등 장애인 배려가 철저히 외면되고 있어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인천APG는 오는 4일 아시아경기가 폐막한 2주 뒤 주경기장의 성화가 다시 타오르며 개막된다. 10월18일~24일까지 아시아 42개국 6천여명의 선수단과 임원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다. 특히 북한이 인천APG에 9명의 선수와 임원 등 30여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은 사상 최초로 뜻 깊은 일이다.

개최 종목은 지난 2010년 광저우APG 19개 종목에 론볼·요트·휠체어 댄스스포츠·휠체어 럭비 등 4개 종목이 늘어난 23개이며, 참가 선수단 등 대회 규모도 역대 최대다. 인천APG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넘어 모두가 하나 되는 아시아를 만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지난해 열린 인천세계장애대회에선 장애인들의 권리향상과 재활능력 증진을 위한 인천전략이 선언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천AG 경기장의 각종 시설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고 대회 운영주체인 조직위원회의 장애인 편의 제공이 미흡한 상태다. 인천APG 육상 경기가 열리게 될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만 하더라도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이 한둘이 아니다. 층마다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의 휴지 걸이는 좌변기와 1m 이상 떨어져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손을 뻗더라도 잡기 어렵다. 기둥마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호대가 부착되지 않아 시각 장애자가 부딪힐 경우 크게 다칠 우려도 높다.

일부 경기장 장애인 관람석은 너무 비좁게 설치됐고, 그나마 기자들의 전용석이 돼버렸다. 또 전동휠체어 충전장치 등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경기장의 장애인 주차장은 VIP 주차장으로 둔갑됐고,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중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가 단 1대도 없다는 사실은 이미 본란이 지적한 바 있다.

인천장애인AG조직위는 아시아게임 폐막 후 2주가량의 시간을 활용, AG과정에서 드러난 시설 미비점과 운영미숙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장애인체육대회가 아니더라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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