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리분희 나란히 교통사고… ‘20여년만의 재회’ 무산
현, 지난 1일 음주운전 사고… 리, 지난달 25일 트럭과 충돌 중상
1991년 남북 단일팀 日 지바 세계선수권 우승 주역 ‘인천 만남’ 불발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APG)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남북 탁구영웅’ 현정화 전 APG 선수촌장(45)과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46)의 재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2일 영국의 대북지원 민간단체 ‘두라 인터내셔널’ 소속 이석희 목사에 따르면 리분희 서기장은 지난달 25일 오후 8시께 북한의 한 교차로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다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로 리 서기장과 장애 학생 두 명이 뇌진탕 증세를 보였으며, 리 서기장은 목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 서기장은 오는 24~27일 장애 학생과 영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앞두고 공연 연습을 마친 학생을 집으로 데려다 주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이 목사는 평양 주재 영국대사관과 북한 측을 통해 사고 사실을 확인했다.
리 서기장이 중상을 입으면서 영국 방문은 물론 코앞으로 다가온 APG 참가도 불투명한 상태다. 리 서기장은 사상 처음으로 APG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방한 예정이었다.
특히 현정화 전 선수촌장이 지난 1일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불구속 입건되면서 선수촌장을 사임, 1991년 이후 20여 년 만에 재회 기대를 모았던 두 탁구영웅의 만남은 또다시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
선수 시절 명성을 떨쳤던 두 사람은 지난 1991년 남북 단일팀으로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이뤄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두 사람은 1살 터울로 짧은 대회기간 동안 국적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았으며, 지난 2012년 영화 ‘코리아’를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현 전 선수촌장도 선수촌장 수락 이유로 리 서기장과의 만남을 꼽을 정도였다.
결국, 두 사람의 잇따른 비보가 알려지면서 APG 조직위와 인천지역 체육계 등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두 사람이 연이어 사고를 당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만남은 어려워졌다고 본다”며 “대회 흥행에 일조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