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가족과 일본 최대의 번화가 신주쿠에서 민박한 적이 있다. 거리에 가득 찬 인파와 자유분방한 분위기 때문에 아직 어렸던 아이들이 걱정돼 주변에 경찰부터 찾았다.
그 당시 나는 일선파출소 순찰팀장이었고, 여행 떠나기 전날만 하더라도 술 취한 사람 때문에 힘들게 근무하고 떠난 여행이라 일본경찰은 어찌하나 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불법인 다양한 유형의 밤 문화와 음주문화ㆍ사행성 오락문화가 가득한 신주쿠 정도면 곳곳에 벌어진 술판에서 시비도 있을법했지만, 철저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맘껏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파출소에 해당하는 코반(KOBAN)이 곳곳에 있었지만, 우리의 파출소 일상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소란 피우는 술 취한 사람은 물론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쿄 곳곳을 다니는 동안에도 경찰 사이렌 소리 한번 들어보지 못했다.
2013년도 경기도에서 발생한 관공서 음주 소란은 916건으로 구속 8명, 불구속 473명, 즉결심판 85명, 통고처분 17명, 처분 없는 훈방ㆍ계도가 333명에 이른다. 여기에 112 순찰차 손괴ㆍ방화, 관공서 공무집행방해, 경찰관 대상 모욕, 공용물 손괴 등을 포함하면 5천37건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파출소는 위험성이 가장 큰 총기와 장구를 휴대한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고, 생명이나 안전과 관련된 긴급한 민원을 24시간 처리하는 관공서로 어떤 이유로도 술 취한 사람의 소란장과 난동장이 돼서는 국민을 위한 안전시스템의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1초라도 더 빨리’ 현장에 출동하기 위해 관공서 주취소란ㆍ난동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치안력의 낭비가 없어야 국민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최상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관공서 음주 소란과 난동은 경찰이 아니라 다른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재찬 의왕경찰서 생활안전계장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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