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지난 2000년 동안 동성애(同性愛)를 금기시 해왔다. 동성애를 남성과 여성을 창조한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로 간주했다. 특히 금욕주의 득세 이후 자녀를 얻을 수 없는 동성간 성행위는 쾌락을 위한 악마적 행위로 낙인찍혔다.
동성애를 비하하던 단어 ‘sodomy(남색이라는 뜻)’는 성경에서 문란함으로 멸망한 도시 ‘소돔’에서 유래했다. 교권이 절정이던 12세기부터는 종교재판소를 통해 처형을 했다. 정신과학이 태동하던 19세기 말부터 동성애는 정신병이라는 오명을 썼다.
통념을 흔든건 ‘동성애를 경험한 남성이 37%’라고 밝힌 1948년 킨제이보고서다. 이후 성적 소수자들이 ‘사랑할 권리’라는 보편권을 주장하면서 법적지위도 향상됐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73년 동성애를 질병목록에서 제외했다. 엘튼 존, 조디 포스터 등 유명인사들의 커밍아웃이 잇따르면서 분위기도 바뀌었다.
동성 결혼을 처음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2001년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에 법적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허용했다. 이후 유럽에선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영국, 룩셈부르크가 차례로 이를 따랐다. 미국도 동성애를 용인하고 있다. 2006년 매사추세츠주를 시작으로 전체 30개주(州)와 워싱턴 DC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다.
그러나 70여개국은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슬람교 영향력이 큰 중동ㆍ아프리카 국가가 특히 그렇다. 이슬람은 동성애뿐 아니라 자손 번성에 부합하지 않는 어떤 성행위도 엄격히 금지한다.
동성애의 빗장이 풀리는 추세지만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얼마전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동성애를 종교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간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에 우호적 발언을 하며 이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막고 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포용하려던 가톨릭교회의 ‘혁명적’ 시도는 보수파 반발로 무산됐다. 18일 최종보고서 채택에서 시노드 승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동성애는 죄악’에서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로 바뀌었지만 승인은 얻지 못했다. 교황의 개혁이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동성애를 공론화하고 지지를 확인하는 계기는 됐다. 이번 최종보고서는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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