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산문의 정수 담긴 ‘자전거 여행’ 10년만에 재출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진우는 남자를 “문장가라는 예스러운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세대의 몇 안되는 글쟁이 중의 하나”라고 평했다.
정끝별 문학평론가는 남자를 “산하 굽이굽이에 틀어앉은 만물을 몸 안쪽으로 끌어당겨 설(說)과 학(學)으로 세우곤 하는 그의 사유와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과 종교학을 종(縱)하고 횡(橫)한다.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극찬의 주인공은 바로 자전거 타는 남자, 소설가 김훈이다. 김훈을 이야기 할 때 ‘문장’을 빼놓을 수 없다.
언젠가 그는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김훈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까우려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쓰는 그의 언어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는,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러나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10년 만에 재출간된 ‘자전거 여행’(문학동네刊)에서 그의 산문의 정수(精髓)를 만날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은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자전거 풍륜을 타고 꽃피는 해안선 여수 돌산도 향일암부터 지옥 속의 낙원 소쇄원, 망월동의 봄 광주, 선암사, 경주 감포 등 전국의 산천으로 누비고 다닌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담은 에세이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본 세상과 풍경, 계절은 그 안에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현재의 몸이다.”
이처럼 그의 산문이 명문인 것은, 상념이 아닌 몸으로 쓴 글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글 속에서, 오징어 고르는 법, 광어 고르는 법을 이야기하고, 좋은 소금을 채취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문장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다. 풍경과 우리의 삶이 그의 문장 안에서 일대일로 대응한다.
인문학자 박웅현의 말처럼, “줄을 치고 또 쳐도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문장들이 넘쳐”날 뿐 아니라, 책을 펴들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그의 문장을 이 책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각권 1만5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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