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요즘 결혼 왜 이러나?

지난달 말 어느 신문 사회면의 가십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사건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 의학도(A)가 부잣집 딸(B)과 결혼했다. 처갓집에서 신혼집에다 고급 외제차, 대학원 등록금, 생활비 등을 지원받는 결혼이었다. 그 후 A씨는 근무하던 대학 부속병원의 간호사와 바람이 났다. 이를 알게 된 아내 B씨가 복수전에 들어갔다.

“27살 여자와 바람났으니 자해를 하고 27바늘을 꿰매면 용서해 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요구대로 왼쪽 팔뚝에 7∼8㎝의 상처를 내고 같은 과 조교수를 찾아가 27바늘을 꿰맸다. B씨는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았다. 부츠를 신고 남편의 성기를 발로 차고 망치로 27차례 때리는 등 전치 3주의 상처를 남겼다.

무시무시한 복수전 끝에 위자료 등에 합의하고 협의이혼을 했다. A씨가 군에 입대할 때 까지는 매달 6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고 제대 후 전문의 15년차가 될 때까지는 매월 7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A씨는 약속을 어기고 몇 달간 100만원씩 보내다가 곧 지급을 중단했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13억원의 약정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은 A씨에게 있지만 B씨의 반응은 사회 통념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위자료 지급 금액을 1억6천만원으로 낮춰 판결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먼저 어떤 생각부터 드는가. 나도 처음엔 ‘엽기’라는 단어부터 떠올랐다. 우리 사회가 점점 정도를 더해 가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한참 후에는 뜬금없이 그들의 결혼식 장면이 떠올랐다.

유럽의 궁전 무도회장을 방불케하는 특급호텔 웨딩홀이었으리라. 어느 누구도 이 화려한 결혼의 엽기적인 종말은 상상도 못했으리라.

혼례의 시즌이다. 혼주세대들은 월 평균 4.15장, 자녀세대들은 월 평균 3.29장의 청첩장을 받는 계절이라고 한다.

지난 주 어느 식사 자리에서 한 친구가 위촉장이나 감사장 같은 모양의 서류 케이스를 펴 보였다. 여성가족부와 한 언론사가 이끄는 ‘작은 결혼식’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서약서였다. 그들 부부와 두 자녀들의 자필 서명도 보였다. 약속의 요지는 이랬다.

가까운 분들만 모시는 의미있는 혼인식, 예물과 예단은 정성껏 하되 간소하게, 신혼집과 혼수는 양가의 형편에 맞춰 나눠 부담한다.

일거에 화제가 결혼식으로 옮아갔다. 도대체 호텔 결혼식이 불만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물어보지도 않고 식어빠진 스테이크와 와인 등을 떠안긴다는 거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밤새워 구워 놓았다가 데워 온 스테이크’라거나 ‘갈비탕에 소주가 더 생각나더라’는 얘기도 나왔다.

신혼집 마련과 과다한 혼수로 자녀들은 하루아침에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부모들은 빚 구덩이에 빠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조건 ‘남들 하는 만큼’을 따르려는 부모가 더 문제라는 얘기 등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십니까.

정기환 前 중앙일보 경인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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