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보통리 저수지 산책로 인근에 있는 농연재(弄然齋)에서 차회(茶會)가 있었다. 농연재에는 조각 예술가 한 분이 예술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정조의 개혁과 효심에 대해 자주 담론을 나누는 교수님 한 분과 용주사에 계시는 사숙 스님, 그리고 지인 몇 분과 정성스레 준비한 공양을 나누고, 여러 가지 귀한 차도 함께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화재 환수와 미래가치 창조에 관해서였다.
나는 그동안 본연의 수행정진과 함께 역사·문화·예술 그리고 우리 민족의 철학적 가치를 탐구하고 사유해 왔다. 그리고 정조대왕의 후예를 육성하는 리더십교육을 해왔다. 또한 지역인근의 정치인들에게 오래 전부터 역사의식을 갖고 역사·문화교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곤 했다. 10여 년에 걸쳐 이러한 활동을 해오고 있던 터에 한 가지 큰 성과와 감동을 받는 일이 있었다.
10월 29일, 국립 고궁박물관에서 ‘사단법인 문화재 찾기 한민족네트워크 창립식’이 있었다. 여야 국회의원, 하정웅 수림문화재단이사장, 그리고 종교인들을 대표로 여러 전문가와 문화재를 사랑하는 분들이 모였다.
하정웅 선생은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와 예술품들을 고국과 아버지 고향에 기증한, 참으로 뜻이 훌륭한 분으로 문화재 환수운동에 보배로운 분이다.
이천시에서도 일본에 있는 5층석탑환수운동 관계자들이 참여하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단체에서 일본과 미국에 있던 문화재를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큰 성과가 있었는데, 일본에 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미국에 있던 ‘문정왕후어보’ 환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운동을 이제 더욱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연속성이 있도록 하기 위해 이 단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계, 학계, 문화계, 종교계 인사들이 합심하여 전 세계 우리 한민족 동포들과 힘을 모아 문화재 환수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활동보다 한층 더 확장되고 발전된 모습을 갖춘 것이다. 이 운동은 다음세대 또 그 다음세대까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문화재는 그 민족의 역사이다. 그리고 역사는 곧 미래이다. 이 환수운동은 우리 민족의 주체성회복운동이기도 하고 미래를 밝게 해주는 희망의 공동체 운동이기도 하다. 나는 이 운동이 21세기에 우리가 문화강국으로 재도약하는 특별하고도 뜻 깊은 일이 될 것임을 확신하다.
현재 우리사회와 민족은 역사문화운동과 통일운동이 아니면 어떠한 일로도 진정으로 화합을 이루고 단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환수운동에 해외동포의 참여는 이런 면에서 참으로 뜻 깊고 좋은 일이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꼭 해야만 하는 또 하나의 염원이 있다. 바로 국내외 동포의 자녀들이 함께하는 ‘한민족 역사문화 아카데미’캠프를 여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문화와 미래가치를 함께 공부하고 글로벌리더십을 갖추게 하는 운동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한다. 진정으로 그렇다. 우리의 마음은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는 무궁무진한 것이다. 무한의 분열과 투쟁, 그리고 고통을 만들 수도 있고 무궁한 지혜와 발전, 그리고 창조를 이룰 수도 있다.
정조대왕은 창조와 개혁정신,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갖춘 뛰어난 리더십을 우리역사에 남겼다. 우리는 그 정조대왕의 후예들이다. 이러한 운동을 정조대왕도 크게 기뻐하실 것이다.
정조대왕이 계시는 융건릉을 틈틈이 찾아 뜻을 다짐하는 일이 나에게는 아름다운 산책이요, 사유이며 지혜를 얻는 즐거움이다. 이것은 또한 나와 모든 이들을 함께 이롭게 하는 보살행의 다짐이요, 뜻과 원력을 널리 회향하고자 하는 보현행원의 실천이기도 하다. 푸른 가을하늘이 더욱 뜻깊게 나의 가슴깊이 스며든다.
인해 스님 진불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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