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옥 체험
차가워지는 바람에 잔뜩 웅크리기에 바쁜 요즘.
뜨끈한 아랫목을 갖춘 전통 한옥에서 주말을 보낸다면 어떨까.
전통 한옥 온돌방에서 하룻밤을묵으면 바쁜 일상에 지친 몸이 생기를 띄고 퍽퍽했던 마음도 어느새 개운해진다. 집에 깃든 이야기는 겨울밤 야참 같은, 기분 좋은 덤이다.
서울시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기숙사에 터를 내주고,연천의 새로운 터로 옮겨 앉은 조선왕가의 본채‘염근당’은 물론, 연천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사반정’과 염근당 뒤편의 별채 ‘자은정’까지.
모두 황토로 벽과 바닥을 채워 힐링을 위한 장소로재탄생됐다.
이외에도 고려 왕들의 위패를 모신연천 숭의전지와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연천 당포성, 화산이 만든 계곡 지형을 볼 수 있는동이리 주상절리 등 연천을 대표하는 다양한 관광 명소들은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손색이 없다.
이번 주말 가족과 전통 한옥 체험을 떠나잊지못할 추억을 아로새겨보자.
■ 연천으로 이전해 재탄생한 ‘조선왕가’
연천군은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비무장지대를 품고 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연천군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토박이 주민들과 그 옛날 선사시대 사람들처럼 새로운 삶터를 찾아온 이들이다.
지금도 맑고 깨끗한 자연을 찾아 이곳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천군 연천읍 현문로에 자리한 조선왕가도 그중 하나다.
조선왕가의 염근당은 원래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에 자리하고 있었다. 성균관대학교 옆에 있던 이집은 대학 기숙사에 터를 내주고 사라질 운명이었다. 위기에 처한 염근당을 연천군으로 옮겨 지은사람은 조선왕가의 주인 남권희ㆍ김미향 씨 부부다.
건물 해체 도중 집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줄 상량문이 발견됐다. 상량문에는 이 집을 지은 사람이고종 황제의 손자 ‘이근’이며, 건물의 이름이 ‘미나리처럼 혼탁한 물속에서도 추운 겨울을 이기고 자라는 기상을 생각하는 집’이라는 뜻이 있는 ‘염근당’이라는 내용이 기록되었다. 황손의 집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는 귀중한 한옥인 것이다.
남권희ㆍ김미향 씨 부부는 염근당을 연천으로 옮겨 짓는 동안 커다란 기둥 하나, 장대석 하나 다치지 않고 조선 시대 건축양식에 맞게 복원되도록 꼼꼼히 살폈다. 여러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99칸 한옥을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한겨울 추위에 황토 작업을 할 수 없어 인부들을돌려보낸 일도 그중 하나.
그 겨울 왜 이리 힘든 일을 자처했는지 슬며시 고민이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소나무 위에 작은 둥지를 틀기 위해 수많은 나뭇가지를 떨어뜨리며 수고하는 까치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덕분에 객실내부에 현대식 화장실을 갖추고 125칸으로 규모를 키운 조선왕가가 만들어졌다.
■ 조선왕가 한옥 체험… 염근당ㆍ사반정ㆍ자은정
조선왕가의 한옥은 본채인 염근당과 행랑채인사반정, 별채인 자은정으로 구성된다. 조선왕가의 손님맞이는 편의 시설이 자리한 현대식 건물 1층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입ㆍ퇴실 절차와 식사 예약을 마치고 한옥으로 건너가 편안히 쉴 수 있다.
염근당은 황손의 집 답게 장대석을 높이 쌓은 기단 위에 우뚝 자리한다.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좌우로 뻗은 건물은 ‘ㄷ’자 모양이다.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으로 장식된 기둥과 대들보는 일반 민가에서 보기 드문 곧게 뻗은 나무를사용했다. 어디 하나 금 가고 터지지 않은 나무를 보면 오래전 지은 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모두 궁궐을 지을 때 쓰이는 잘 말린 금강송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염근당은 휜 나무를 그대로 사용해 푸근한 곡선미를 보여주는 민가에비해 반듯한 위엄이 서린 건축물이다. 저절로 발걸음을 조심조심 떼게 되는 공간이다.
염근당을 내려서면 대문채인 사반정이 있다. ‘一’ 자 건물인 사반정에는 연천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누마루가 있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 이곳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도 좋겠다.
염근당 뒤편에 자리한 자은정은 이 집의 별채다. 연천으로 온 주인 부부가 처음 기거하던 곳인데,지금은 여러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마련됐다. 명륜동 시절엔 故 박정희 대통령도 자주들른 집이다.
조선왕가에서는 숙박 외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끓인 물로 온몸의 독소를 빼내는 왕가비 훈욕 테라피, 황토편백찜질방에서 찜질하기, 약재 가루를 넣어 비누 만들기 등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글램핑장도 운영된다.
이곳에서 직접 발효한 여러 가지 효소차와 약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운영된다. 단 식사는예약해야 한다.
■ 주변관광지-연천 숭의전지ㆍ당포성ㆍ동이리 주상절리
조선왕가와 더불어 돌아볼 연천의 관광지는 강과 마주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사적 제223호로지정된 연천 숭의전지다. 조선 시대에 고려 왕 7명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 지내던 곳으로, 숭의전은한국전쟁 당시 불타고 말았다. 임진강과 어우러진풍경이 아름답다.
연천 당포성(사적 제468호)은 여타 성곽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절벽으로 구성된 지형이 천혜의성벽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당포성에 올라서면 삼국시대에 임진강을 따라 오가던 배와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화산이 만든 계곡 지형이 있는 연천군은 ‘지질교과서’라고 불린다. 여러 곳에서 주상절리를 만날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동이리에도 주상절리가 있어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박준상 기자
사진ㆍ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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