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한파’와 함께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면서 각 가정마다 본격적인 겨우살이 채비가 한창이다. 올 한 해 인천은 유난히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했던 일들이 많았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그리고 지방선거 뒤 연이어 열린 아시안게임과 장애인아시안게임 그리고 무상급식, 무상보육을 둘러싼 복지논쟁...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그리고 추위보다 한 걸음 먼저 찾아 온 인천시의 재정난,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각종 복지정책의 축소 및 예산삭감으로 이미 복지계는 한파를 맞고 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요즈음 제리코의 그림으로 유명한 ‘메두사호의 뗏목’이 생각나는 것은 그만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1816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세네갈에 정착할 군인과 이주민 등 400여 명을 태운 프랑스 군함 메두사호가 아프리카 해안에서 난파하게 된다.
선장과 고급 선원 등 250명은 구명보트에 그리고 하급 선원과 승객 등 149명은 급조된 뗏목을 타고 탈출에 성공하지만 곧이어 보트에서 뗏목과 연결된 줄을 잘라내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망망대해에 먹을 것이라고는 와인 두 병과 딱딱한 비스킷 한 봉지.
12일에 걸친 표류 끝에 작은 범선 아르귀스호에 의해 구조되었을 때 생존자는 단 15명뿐이었다. 후에 생존자들이 굶주림을 못이겨 죽은 사람의 고기를 뜯어먹었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들이 겪은 고통과 시련은 많은 사람들의 동정과 함께 사고가 일어 날 수밖에 없었던 정부와 지도층의 무능, 부패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일었다.
‘메두사호의 뗏목’이야기는 2백년전 프랑스의 이야기이지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비록 역사에 가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만약 당시 배가 좌초했다 하더라도 함께 탈출에 성공한 선원들이 뗏목의 밧줄을 끊어내지 않았다면 메두사호의 이야기는 생명의 위협에도 더불어 사는 삶을 택한 참으로 위대한 인간애를 보여주는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인천공동모금회는 내년1월말까지 73일간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 인천시민들과 함께 나눔의 대장정을 시작하게 된다. 올해 모금 목표는 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정도 더 늘어났다.
그러나, ‘IMF때 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 경제상황과 크고 작은 국제행사 등으로 기업과 시민의 기부 여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약화된 상태라 많은 분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공동모금회를 걱정하기까지 하는 어렵고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만 14명의 사회지도층 인사가 고액기부 클럽인 아너소사이이어티 회원에 새롭게 가입할 정도로 나눔의 열기가 가득하다. 또한, 최근에 70여 곳의 공공형어린이집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착한어린이집’으로 일괄 가입해 어릴 때부터 나눔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의미있는 나눔참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만들어 가는 인천이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눔온도가 100도를 넘어 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시민들이 모아주신 성금은 홀로 사시는 어르신의 따끈한 아랫목이 되고, 조손가정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고슬고슬한 밥이 되고, 돌아갈 곳 없어 찬바람 몰아치는 거리에 몸을 뉘어야 하는 노숙인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우리 모두를 서로 든든하게 이어주는 ‘생명의 끈’이 될 것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고 묻는 안도현 시인에게 이렇게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4년, 인천의 겨울은 따뜻했노라고…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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